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11개월 전 같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번에도 강한 수위의 도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전과 후. /연합뉴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얼마 전 남조선(한국)에서 ‘탈북자’ 쓰레기들이 또다시 기어 다니며 반공화국(북한)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용납 못할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매우 불결한 행위”, “탈북자 놈들의 무분별한 망동”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여정은 그 원인을 한국 정부에 돌렸다. 그는 “우리는 이미 쓰레기 같은 것들의 망동을 묵인한 남조선 당국의 그릇된 처사가 북남(남북)관계에 미칠 후과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남조선 당국은 ‘탈북자’ 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TV가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018년 2월 11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김여정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이유 삼아 강력한 도발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여정은 지난해 6월에도 4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고, 남측의 조치를 요구하는 담화를 냈다. 남북공동연락소 폐쇄와 대남 군사행동을 시사했다.

북한은 김여정 담화 사흘 만인 지난해 6월 16일 개소한지 1년 9개월 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또 북한은 김여정 담화가 나온 이후 남북간 모든 연락선을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당시 북한은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예고했다. 대남방송을 위한 확성기도 설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남 군사행동계획은 김정은 지시로 보류됐다. 다만 취소된 것은 아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30일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앞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29일 사이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에서 대북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000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낸 첫 사례다.

지난해 6월 4일 김여정이 대북전단을 비난하면서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우리 정부는 4시간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야당 반대 속에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