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 두 나라가 AI(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고용 성적표는 정반대로 갈렸다. 한국은 전체 취업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 청년 고용 여건이 악화했다. 반면 대만은 취업자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졌고 청년 일자리도 양호했다.
차이는 반도체 산업 구조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쏠림 구조인 반면,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를 둘러싼 설계·생산·후공정 등 생태계가 두텁다. 같은 반도체 호황이라도 고용 전반으로 번지는 힘이 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취업자 수, 韓 17개월 만에 '감소'·대만 39개월째 '증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감소했다.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했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과거 '고용 쇼크'가 성장·수출 급락 등 경제의 큰 충격과 함께 찾아왔던 양상과 달라졌다. 지금 한국의 경제 지표는 호황에 가깝다. 한국은 1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1.8% 성장했고, 5월 수출도 53.2%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명목 GDP 성장률도 10.5%로 5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처럼 반도체 효과를 누리는 대만 역시 올해 예상 성장률을 크게 올려 잡았다. 대만 정부는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71%에서 9.64%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10년(10.25%) 이후 가장 높다.
그런데 대만의 고용 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양호했다. 가장 최신 발표된 4월 통계를 보면, 대만 취업자 수는 1163만명으로 1년 전보다 2만7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은 작지만, 2023년 2월 이후 3년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청년층 고용 상황이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난다. 대만은 25~39세 경제활동참가율(취업+실업)이 90%를 넘는다. 반면 한국은 25~29세 76.4%, 30대 83.8%에 불과하다. '쉬었음' 청년 현상의 단면이다. 청년층 고용률도 한국의 25~29세(71.4%), 30대(81.2%) 수치가 대만(87.4%·89%)보다 낮다.
◇ 메모리 쏠림 VS 전방위 생태계… 고용 파급력 갈랐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 반도체 산업의 구조가 달라 이런 차이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대만은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설계·생산·후공정 생태계가 두텁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쏠려 있다"고 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D램·낸드처럼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연산과 제어, 신호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 대만은 미디어텍·리얼텍 등 팹리스가 설계를, TSMC·UMC 같은 파운드리가 생산을, ASE 등 후공정 업체가 패키징·테스트를 맡는 식이다. 특히 후공정은 생산된 칩을 기판에 붙이고 패키징·검사를 거쳐 실제 제품에 쓸 수 있게 만드는 단계로, AI 반도체 시대에는 여러 칩을 한데 묶는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D램·낸드·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계·생산·후공정을 상당 부분 내재화한 구조다. 수출액이 크게 늘어도 여타 업체로 일감이 넓게 퍼지는 대만식 구조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비중에서도 두 나라가 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GDP 대비 전체 수출 비중은 지난해 45%로 대만(73%)보다 낮았고,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도 한국(20%)이 대만(33%)보다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