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부가가치의 약 17%를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GDP의 6분의1가량을 이들 두 기업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성장률·세수·경상수지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으나, 반도체 성과에만 크게 기댄 결과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 "두 기업, 올해 韓 성장률에 2.7%p 기여할 것"

블룸버그 산하 경제분석 조직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일 발간한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횡재와 딜레마'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한국 GDP 부가가치의 10%, 7%를 기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정부·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합이다.

보고서는 이렇게 되면 두 기업이 한국 GDP 성장률을 약 2.7%포인트(p)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민간에서 나온 가장 높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다. 만약 3%가 현실화한다면, 성장의 90%는 두 기업이 기여한다는 말이 된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전후방 산업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성장 기여도는 더 클 것"이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경제력 집중이고, 대만의 TSMC 사례와 비견될 정도"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2.5%로 0.6%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성장의 기여도가 상향 조정 폭의 절반(0.3%p)보다 상당 폭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이 전기 대비 1.7% 성장했다고 발표하면서, "1.7% 성장에서 반도체의 기여도가 55% 정도 차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뉴스1

◇ 성장뿐 아니라 세수·경상흑자도 반도체 효과 집중

성장률뿐만 아니라 세수도 이 두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부터 2028년 상반기까지 180조원 넘는 법인세를 납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른 경제 분석 기관의 전망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KB증권은 두 회사가 납부할 법인세가 올해 100조원, 내년 1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법인세수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총 법인세수가 올해 121조원, 내년 22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상수지도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회사만으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 2800억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흑자(1231억달러)의 두배 넘는 규모다. KDI도 최근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400억달러로 예상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교섭대표들이 지난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가 최종 결렬되자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뉴스1

◇ 반도체 리스크에 굉장히 취약… "체질 개선에 재정 투입"

문제는 이런 반도체 과도 의존 경제가 향후 '반도체 하강기'를 맞닥뜨렸을 때다. HBM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거나,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대형 클라우드 기업 투자가 둔화하거나, 지정학적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을 때 반도체 이익을 바탕으로 한 우리 경제도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가능성에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거론하는 것도 이런 의존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재정 여력을 어떻게 쓰느냐가 다음 경기 하강기의 대응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저생산성 부문 구조조정, 인프라·기술·인재 투자에 재원을 투입하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겠지만, 광범위한 현금성 이전에 그칠 경우 단기 효과에 머물고 구조적 취약성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