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중동 전쟁으로 인해 역외 시장인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NDF란 특정 시점에 일정 환율로 매매할 것을 약속한 계약으로, 일종의 선물환이다. 계약한 환율과 만기 때 현물 환율 간 차액만 거래하는데, 이런 특징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헤지(Hedge·위험 회피)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 NDF 시장에서 환율이 크게 움직였다는 건 한국 시간으로 밤에 중동 전쟁 관련 뉴스들이 보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탓에 뉴욕 NDF 시장이 마감된 후 열리는 서울 외환시장 정규 거래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널뛰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외환시장 정규 거래(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종가를 기준으로 한 적정 NDF 환율과 실제 뉴욕 NDF 시장의 원·달러 1개월 선물 최종 호가의 차이는 일평균 12.2원으로 집계됐다. 적정 NDF는 정규 거래 종가에 국가 간 금리 차이를 고려해 산출된다. 적정 NDF 환율과 실제 NDF 시장 환율의 차이가 이렇게 벌어진 건 2020년 12월(49.3원)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당시는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과열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졌던 때다.

이렇게 두 지표가 벌어진 건 중동 사태와 관련된 뉴스들이 한국 시간으로 밤에 보도됐고, NDF 시장이 이에 즉각 반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관련 발언이나 이란 측의 호르무즈 해협 공세 등과 관련된 소식은 한국 시간으로 야간에 전해졌다. NDF는 뉴욕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이런 대외 변수에 곧바로 움직인 것이다.

밤사이 커진 역내외 환율 격차는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 정규 거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개장가는 전날 종가와 하루 평균 10.8원 차이났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2010년 5월(11.4원) 이후 변동성이 가장 컸다.

이와 관련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환율 변동성이 큰 원인으로 NDF를 비롯한 역외 거래를 지목하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장부 외 파생상품을 통한 거래가 많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의 국제화를 통해 유동성을 키우고 거시건전성의 틀 안에서 제도를 정립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모니터링이 힘든 NDF 시장을 양성화해서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