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과일 박스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농수산물을 사고파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가공·유통업체 등 구매업체들이 기존에 빌린 정책자금을 한 번에 상환하는 것이 쉽지 않아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옮겨가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일원화를 향해 달리고 있는 만큼, 충분한 여유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농식품부에서 개설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운영 중이다. 농식품부는 특정 구역 내에서 소수의 유통 주체 간 거래만 가능했던 기존 도매시장의 구조적 경쟁 한계와 물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단위 온라인 도매시장을 지난해 11월 출범시켰다.

정부는 기업 간 거래(B2B)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운영하던 기존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내년 말 종료할 예정이다. 농협 온라인거래소와 aT 사이버거래소 등 현재 운영 중인 농산물 B2B 거래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다.

도·소매 업체들이 새 플랫폼에서 거래를 하려면 기존에 이용 중인 정책자금을 상환하고, 새로운 보증보험 증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기존 온라인 시장을 이용하는 구매업체에 ‘마이너스 통장’ 성격의 여신을 제공해 왔다. 새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하려면 서울보증보험(SGI) 심사를 통과해 ‘기업금융 보증보험 증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금을 전부 상환해야 새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업체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 도매업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데다 고금리 상황 속에서 많은 기업이 금융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구매업체들은 ‘일시 상환’ 압박을 거두고 보증 등급 평가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GI에서 최초 보증을 진행할 때 신용등급을 평가한 후 보증 여부를 결정하는데, 상당수 업체가 신용등급이 낮아져 신규 심사를 통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온라인 도매시장에 참여하는 업체 수는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기존 온라인 도매시장의 90여 개 구매업체 중 새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넘어오지 않은 업체는 60여 곳에 달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배추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업체들이 어려움을 토로하자, 정부는 보증 심사에 대한 문턱을 낮춰 최대한 많은 구매사들이 새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기존 B2B 시장에서 새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넘어오는 기업의 등급 심사를 할 때 기준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SGI와 협의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기존 B2B 시장 문을 닫으면 자금 제공도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말까지 상환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해 업체들이 최대한 온라인 도매시장에 합류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 만든 온라인 도매시장을 2027년까지 3조700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에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예산도 확대해 편성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온라인 도매시장 관련 예산은 올해 104억원에서 내년 149억원으로 상향됐다. 산지-소비자 온라인 거래 물류비 지원(67억원)도 신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