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의 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지는 ‘역캐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고채 금리를 비롯해 회사채까지 줄줄이 기준금리를 밑도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금융기관의 수익이 악화돼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회사채 3년물(무보증) AA- 물 금리는 3.45%로 기준금리인 3.5%를 밑돌았다. 회사채 금리는 지난 7월 25일(3.484%) 처음 3.5% 밑으로 내려온 후 지난달 29일(3.484%)까지 한 달 넘게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지난달 30일 3.5% 위로 올라섰지만, 3거래일 뒤인 4일(3.497%)부터 다시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회사채를 뺀 나머지 채권들도 줄줄이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기준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866%로 기준금리보다 63.4bp(1bp=0.01%포인트) 낮다. 한국은행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유통증권인 통안증권(2년물, 2.960%)과 한전채(3.231%) 등도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채권의 리스크가 커지므로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해야 채권이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 채권 보유로 얻는 수익(채권금리)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기준금리+가산금리)보다 적어진다. 이를 ‘역캐리(Nagative Carry)’ 현상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10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역캐리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향후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도 낮아지므로,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서둘러 채권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고채로 매수세가 몰렸지만,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더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까지 수요가 쏠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금리인하 기대감에도 실제 인하가 뒤로 이연될 때 역캐리가 발생한다”면서 “한국은행이 경기와 물가만 놓고 보면 인하가 가능하지만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한다고 언급했으므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다고 받아들여 인하를 선반영한 금리 수준으로 먼저 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역캐리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로 이어져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이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회사채 등 위험자산보다 국고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쏠려 시장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적어도 두 번은 인하돼야 역캐리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역캐리 현상은 지금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 인하 속도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나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 내년 초쯤 3.0%까지 금리를 인하하고 나면 좀 해소되는 국면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강 팀장도 “역캐리 해소를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면서 “한은의 보수적인 스탠스를 감안하면 내년 1분기에 가서야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2회 이상 돼야 역캐리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