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의 한 전통시장 내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정부가 다섯 달째 내수 회복 흐름을 이어가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국책연구원은 10개월째 내수가 부진하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엇박자가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설비투자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설비투자 외에도 ‘서비스업’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또한, 물가 안정세는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지난달 ‘물가 안정 흐름’이라는 표현보다 더 확신을 담았다.

정부의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은 다섯 달째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외부 평가와는 여전히 온도 차가 있다.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인해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의 내수 둔화 및 부진 진단은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KDI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되며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주요 내수 지표를 보면, 7월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는 감소 추세다. 소매 판매는 1년 전보다 2.1% 줄었다. 건설 투자는 토목공사 실적 부진으로 5.3% 감소했다. 건설수주 증가는 중장기 건설투자에 긍정적이지만, 낮은 수준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 부문에서는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량과 차량 연료 판매량 증가는 긍정적 요인으로, 주식 거래대금 감소는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8월 소매판매의 긍정·부정 요인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백화점·마트 등 카드 승인액 증가와 자동차 내수 판매량 증가 등을 내수 지표의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소비자 심리지수 하락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지난 8월 물가 상승 폭이 둔화되었으며, 고용 시장에서는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8월 소비자물가는 햇과일 출시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상승 폭(2.0%)이 전월(2.6%)보다 축소됐다. 8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 3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1.9%로 전년 동월 대비 0.1%p(포인트) 감소했다.

대외 여건과 관련해서 정부는 교역 개선,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등으로 회복세지만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확산 우려와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안정 기조를 안착시키고, 소상공인 등 맞춤형 선별 지원과 내수 보강 등을 통해 민생 안정을 위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 삶의 질 제고와 경제 지속 가능성 강화를 위한 역동 경제 로드맵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