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내수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KDI는 9일 발간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의 내수 부진 진단은 2023년 12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KDI는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부채 상환 부담도 증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7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했다. KDI는 "기저효과에 기인해 증가폭이 전월(0.5%) 대비 확대됐다"면서도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제조업도 조정되면서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는 0.4%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동차 산업은 시설 정비·임금 협상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이 14.4% 감소했다. 서비스업에서는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감소세를 지속했다.
재고율(107.1% → 112.7%)이 상승하고, 평균가동률(73.8% → 71.4%)이 하락하는 등 제조업의 회복세도 다소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출하와 관련해선 IC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견실한 회복 흐름을 이어갔으나, 소매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며 내수는 미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7월 소매판매(-2.1%)는 전월 대비 신제품 출시로 급증한 통신기기·컴퓨터(13.1%)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소비도 정보통신업(2.9%→5.0%)의 생산 증가세는 확대됐으나, 숙박⋅음식점업(-1.0%→-3.0%),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2%→-0.7%) 등의 생산이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e-쿠폰서비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쇼핑 서비스거래액(10.9%→1.7%)이 크게 위축됐다.
설비투자는 고금리 기조가 회복세를 제약하고 있으나, 운송장비가 급증하면서 7월 설비투자지수는 증가로 전환했다. KDI는 "7월 설비투자 증가 전환은 운송장비 급증과 조업일수 확대에 기인했다"며 "설비투자 선행지수를 감안하면 7월의 높은 증가폭은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의 감소세를 지속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7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돼 전월과 동일한 -5.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선행지표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고용시장에 대해선 고용률이 정체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등 고용 여건이 서서히 조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취업자 수는 17만2000명 증가하며 전월(9만6000명 증가)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KDI는 "지난해 7월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됐다"며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14만6000명에서 11만6000명으로 조정됐다"고 했다. 내수 부진으로 고용 증가세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게 KDI의 총평이다.
물가 흐름에 대해선 공급 측 가격 상승 압력이 축소된 가운데, 수요 측 압력도 낮게 유지되며 물가상승률은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직전 달(2.6%) 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KDI는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상승 폭이 축소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금융시장에 대해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자본시장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됐다"면서도 "신용시장의 안정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국고채 금리는 3년물 기준 2.2bp에서 3.3bp로 상승했다. 환율과 주가의 일간 변동폭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이른바 'R의 공포'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자본시장이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KDI는 또 6월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3개월 이동 평균 0.61%에서 0.62%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고금리 기조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개인사업자의 부채 상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주택시장은 신규공급 축소 영향으로 수도권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확대된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낮은 수요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7월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15% 상승했다. KDI는 "수도권에서는 주택 신규 공급 위축이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