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작업자들이 중고 주방기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3분기에도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경기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내수 불황 속 수출 회복에 기대어 미약한 성장력을 유지하는 불안한 국면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발간한 ‘경제주평’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현경연은 이번 경제 주평의 부제를 ‘내수 회복 모멘텀의 실종 속 수출 경기 회복력의 약화’로 잡았다.

지난 2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1.2% 성장했지만, 민간소비(-0.2%)와 건설투자(-1.7%), 설비투자(-1.2%) 등 내수 부문이 감소세를 보여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 역성장했다. 수출 경기와 내수 경기의 양극화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소비 부문은 고금리, 고물가, 소득 정체 등의 구매력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침체가 지속 중이다. 재화 중심의 소비 지표인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1.9%,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내구재 소비는 소폭 증가했지만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가 모두 침체를 지속했다.

한국은행의 8월 기업경기조사 중에서도 기업의 경영애로사항 중 ‘내수 부진’을 응답한 비중이 가장 컸다.

이러한 내수 불황 속 수출 회복에 기댄 불안한 국면에서 수출 환경 변화, 통화정책 방향성에 따라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연구원은 향후 경기 리스크 요인으로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조정 강도 ▲국내 수출-내수 간 경기 양극화를 꼽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재 우리 수출 섹터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대(對)미국 수출 경기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다만, 최근 실물 지표들의 추이를 볼 때 연착륙의 가능성이 경착륙 가능성보다 다소 높다”고 했다.

연구원은 또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경제의 불황 탈출 여부에 따라 향후 수출 경기의 회복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 중국 경제의 거시 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나, 내수 부문을 견인하는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완전히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어 “향후 한국 경제는 수출 환경의 변화,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완만한 회복 국면이 나타나거나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되는 국면에 진입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의 갈림길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되거나 금리 인하 폭이 미약할 경우, 수출과 내수가 동시 부진에 빠져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