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가 집권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다만 트럼프 2기 정부가 수립되면 국내 자동차·방위산업 분야 수출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꼬집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미 대선이 가져올 국제통상질서 변화와 대응’ 정책세미나에서 트럼프 집권 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수혜를 보는 반면 자동차와 방위산업 분야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집권 시 반도체 수요산업인 중국의 ICT 최종재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우리 전자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단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수요가 감소해 대중 수출이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반도체 기업이 반사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집권할 경우, 반도체 수요산업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 반도체산업의 자급화가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선 “미국 자동차 산업의 무역수지 적자가 2039억 달러에 달한다. 전체 무역에서 자동차산업의 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 내외”라며 “공화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자동차 산업을 중시하고 있지만, 대응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매우 강경하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한 차에 대해선 100%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고 했다. 한국으로선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상당히 제약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방산 분야에 대해선 “민주당 재집권 시 전세계 국방비 지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방산수출 호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한미 방산협력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글로벌 통상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주의’ 노선은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해리스 후보의 통상 정책 방향은 매우 불명확하다”면서도 “일단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대해선 1기 행정부의 ‘경제대통령’ 역할을 수행하던 게리 콘(Gary Cohn)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같은 세계적 관여주의자(Globalist) 부재를 꼬집으며, 트럼프주의(Trumpism) 동조자들이 지휘해 미국 우선주의가 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후보는 다양한 국가를 겨냥(Multi-targets)하고 있는 반면, 해리스 후보는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진영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외국기업 지원 정책은 축소 혹은 폐지할 것”이라며 “수입으로 인한 일자리 파괴와 무역 적자 문제를 적극 대응해 일자리 창출과 불공정 무역 교정을 이루려는 게 트럼프의 통상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개방적인 글로벌 경제환경은 점차 소멸하는 상황”이라며 “수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내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수 석좌교수는 “미국과 같은 경제 대국의 정치적 변화는 국제 통상 질서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면서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대체시장을 발굴하는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요 수출입 시장 다변화, 기술 혁신 등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아시아 등 다른 신흥국가와의 경제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