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뉴스1

작년 역대급 ‘세수 펑크’에도 정부가 세금 걷기를 포기한 불납결손액이 2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불납결손액은 16조원을 넘어섰다. 국세 미수납액도 5년 연속 증가해 세수 부족 사태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추계한 작년 불납결손액은 2조2835억원이었다. 이는 전년(1조8290억원)보다 24.8% 늘어난 수준이다. 5년간 불납결손액은 16조1011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기재위가 낸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는 지난 2023년 회계연도 결산과 예비비 지출 승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불납결손액은 정부가 세금을 내라고 했는데도, 납세자가 세금을 내지 않아 결손 처리된 세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문을 닫아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해 세금을 낼 수 없는 경우, 파산 절차가 끝나서 돈을 갚을 수 없는 경우, 세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지나버린 경우, 또는 납세자가 돈이 전혀 없어서 세금을 낼 수 없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5년이라는 소멸시효가 있지만, 납세자가 근로 소득 등으로 일부라도 세금을 내면 그때부터 다시 5년의 시효가 갱신된다”며 “행방불명이나 사망 등으로 인한 불납결손 사유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미수납액은 63조971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 미수납액은 2019년 41조3910억원, 2020년 44조1835억원, 2021년 50조4965억원, 2022년 55조8488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수납액이 증가한 데는 총수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총수입은 2019년 476조원, 2021년 482조5000억원, 2023년 625조6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총수입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징수해야 할 금액도 증가하기 때문에, 징수되지 않은 미수납액 또한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수납액 이월분을 제외한 순수 증가액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에는 2조4000억원이었던 순증가액이 2021년 6조3000억원, 2023년에는 8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미수납액 발생 세목별로 살펴보면, 부가가치세 9조115억원, 소득세 신고분 5조9375억원, 법인세 1조597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정서희

사유별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체납자 재력이 부족하거나 체납자가 주민등록 말소 등으로 행방불명된 상황 등으로 거두지 못한 경우가 52조344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법령이나 계약상의 납기 등이 지나지 않은 납기 미도래에 따른 미수납액은 5조8423억원으로 집계됐다. 체납액 중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압류·매각이 유예돼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강제징수가 미뤄진 ‘정리 유예’는 2조7686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작년 56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미수납액과 불납결손액까지 늘면 재정에 추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 1~7월 누계 국세 수입은 20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조8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주요 세목인 법인세는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으로 납부액이 줄어들며 진도율이 40%대에 그쳤다.

기재위 관계자는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에서 고액 체납이 발생하는 이유는 재산을 은닉해 납세를 회피하려는 의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며 “미수납액의 지속적인 증가는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불납결손으로 이어질 경우 납세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수납액과 불납결손액의 증가가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늘어난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에서 미수납액이 증가한 것은 개인사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소비가 침체되면서 세금을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