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안정 목표 ‘2.0%’를 기록하면서 통화정책 전환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중동사태 급변으로 인한 석유류 가격 급등과 같은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9월 이후로도 물가 상승률이 2%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6%)과 비교하면 0.6%포인트(p) 내렸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석유류 물가 상승률이 0.1%를 기록한 것이 전체 물가상승률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해 작황 악화로 물가 상승세를 견인했던 신선과실류도 올해 수확한 햇과일이 출하되기 시작하며 물가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3.2%로 7월(7.7%) 대비 4.5%p 하락했다.

향후 물가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한은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은 큰 공급충격이 없다면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국제유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안정됐다”면서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2%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그동안 고물가를 견인했던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정상화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은 2%와 2.1% 사이를 횡보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물가상승률이 한은이 설정한 물가 안정 목표에 도달함에 따라 이제 시선은 통화정책으로 쏠린다.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지나간 만큼 이제는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통화 정책을 확장으로 전환할 시점이 됐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가(상승률)가 드디어 2% 정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며 “이러면 금리를 조금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나. 물가 안정을 기초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물가와 환율, 금융안정성 세 가지 요인 중 물가와 환율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라는 금융안정성 이슈가 있긴 한데, 이 분야는 통화정책보다는 미시적인 금융 양적 정책으로 통제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 대책을 발표했고, 수요 관리는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대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모습”이라며 “금리를 빨리 내려야 하는 환경이 왔다고 본다. 지금 내수가 너무 안 좋다”라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물가가 반등한 기저효과로 이달 물가 지표가 낮아진 효과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물가안정목표에 수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은에서 금융 상황을 이유로 통화정책 전환을 주저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이슈다. 통화정책 전환은 진작 했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