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 소비자들이 외식도 하지 않고, 옷도 덜 사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숙박·음식·주점업에서의 서비스업 생산이 줄고,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 가릴 것 없이 모든 재화에서 소비가 위축된 것이다. ‘회복 조짐’이란 정부의 진단이 무색하게도 내수가 침체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대표적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전월 대비 1.9% 감소한 100.6(2020년=100)을 기록했다. 2020년 7월(98.9) 이후 4년 만의 최저치다.

지난 25일 서울 명동 한 의류 매장 쇼윈도에 가을옷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소매판매액 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물가 요인을 제거한 경상 판매액 불변금액에서 계절·명절·조업일수 변수까지 제외한 계절조정치다. 계절적 요인과 물가상승률이 모두 제거된 만큼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재화 성질별로 살펴보면,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1.6%)부터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2.1%), 승용차 등 ‘내구재’(-2.3%)까지 모든 재화에서 판매가 줄었다. 세 가지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이다.

특히 준내구재 소매판매는 1년 전과 비교하면 6.2%나 급감했다. 열달 만의 최대 감소 폭이자, 여덟달 연속 감소 기록이다. 준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상품들을 일컫는다. 자금 여유 상황에 따라 ‘선택적’ 소비가 가능한 신발·가방, 옷, 운동용품 등이 그 예다. 즉 사람들이 ‘가꾸고 즐기는’ 데 작년보다 돈을 덜 썼다는 이야기다.

날씨와 유가 영향도 있었다. 7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휘발유 소비가 많이 줄었고, 폭염 때문에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소비도 감소했다. 업태별로는 백화점·대형마트에선 소비가 활발했지만 슈퍼마켓·편의점 등에선 그렇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백화점·대형마트의 7월 세일 행사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소매판매액지수(전월비) 추이(왼쪽)와 7월 숙박 및 음식점업 업종별(전년 동월비) 생산지수 증감 비교. /통계청 제공

생산 측면에서 소비 상황을 볼 수 있는 지표인 숙박·음식점업 생산도 전월 대비 2.8% 감소했다. 호텔업 생산이 소폭 증가했지만, 여관업에서 많이 감소해 전체 숙박업 생산이 4% 줄었고, 음식점 및 주점업의 생산이 2.6% 감소했다. ‘외식하고 놀러 가는’ 데 돈을 쓰지 않았단 건데, 이 역시 선택적 소비를 줄인 결과로 해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매력이 약화하면서 소비자들이 필수 소비재인 ‘비내구재’보단 당장 필요하지 않은 준내구재 등 소비를 강하게 줄이고 있는 것”이라며 “(7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보면) 내수 침체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모습은 정부의 경기 진단과 다소 온도 차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주 실장은 이에 대해 “현재 경기 여건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의 5개월 연속 감소 등 기록을 보면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정부 진단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사정이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와 금리 등 제약 요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실질 임금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며 “하반기 구사할 정책 수단을 통해 내수 여건이 좋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최근 ‘추석 민생안정대책’(☞참고 기사: 추석 성수품 3년 전보다 값싸게 공급… 명절 연휴 계기 관광·소비 촉진)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관광·소비’ 촉진 방안을 주요하게 담았다. 명절 연휴를 계기로 국내 여행을 떠나고 돈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각종 세제·할인 혜택을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