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플랫폼이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배달료 부담을 과도하게 전가한다는 지적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 정부 주도로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모바일상품권 수수료 인하를 추진한다. 경영 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 대해선 ‘금융지원 3종 세트’를 마련해 채무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3대 플랫폼 사업으로 꼽히는 배달·숙박·모바일상품권 플랫폼 업종에 대해 ‘돋보기’를 대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하게 설정된 기준이 없는지 상세히 살펴본다.

정부는 배달 플랫폼 사업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점주단체, 모바일상품권 사업자, 외식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이달부터 가동한다. 연내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게 민관 협의체의 목표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플랫폼 업체 등 로고가 오토바이에 설치한 배달통에 적혀 있다. /연합뉴스·뉴스1 갈무리

카카오톡 등 플랫폼이 음식·화장품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에 대한 수수료 부담을 자영업자에게 과도하게 부과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현행 대비 5~10%가량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모바일상품권 정산이 지연돼 자금난으로 이어진다는 고충과 관련해선, 상품권 정산이 최대 45일이 넘어가지 않도록 조정해 해소할 방침이다.

◇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해주고, 외국인 E-9 비자 확대해 음식점업 인력 지원

생계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료 부담도 줄인다. 정부는 기존 연 매출 3000만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해주던 전기료 지원을 연 매출 6000만원 이하 소상공인까지 확대한다. 한 달 매출이 500만원을 넘지 않는 소상공인까지 전기료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원 대상 확대를 통해 최대 50만명의 소상공인이 전기료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임차료를 인하한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제지원도 2025년까지 연장한다. 소상공인에게 임차료를 인하해준 인하액을 기준으로 최대 70%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임차료를 100만원 깎아준 임대인은 70만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관리비 부과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개정된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임대료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우회적인 수법으로 사실상 임대료를 올리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8일부터 상가건물임대차 계약 체결 시 관리비의 주요 비목별 부과내역을 세분화해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의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히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점업 주방보조원 비전문 취업(E-9) 비자 시범사업 평가를 토대로 하반기 지역, 업력 요건 등 관련 외국인 고용허가 범위를 확대한다. 현재는 한식업 중 5~7년 이상 업체의 주방보조원에 한정해 허용하고 있다. 고용부 등은 구인난 현황, 현장 외국인력 수요 및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와 협업을 통해 음식업종 일자리 확대를 추진한다.

하반기 최대 명절인 추석에는 비수도권 숙박업체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숙박 쿠폰을 65만장 발행할 계획이다. 기존(45만장)보다 20만장 정도 늘렸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연합뉴스

◇ ‘채무 걱정 덜어드림’ 소상공인 금융지원 3종 세트 발표한 정부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금융 지원책도 담았다. 상환연장, 전환보증, 대환대출 방안을 담은 ‘금융지원(채무 걱정 덜어드림) 3종 세트’다.

다중채무와 신용점수 하락으로 경영 애로를 겪는 정책자금 차주에 대한 상환 기간을 최대 5년 연장한다. 기존에는 업력 3년 이상, 직접대출 잔액 3000만원 이상 등 대상 기준이 있었지만, 이를 없앴다. 상환기간 연장 시 적용하는 정책자금도 기준금리 +0.6%포인트(p)에서 기존 이용금리 +0.2%p로 금리 수준을 낮춘다.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도 신설한다. 지역신보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 기간 연장을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은 기존 보증부 대출을 신규 보증부대출로 전환하며 상환 기간 연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상공인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받고, 저신용자는 산출보증료율에서 0.2%p 인하 혜택을 받는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대출’ 요건도 완화한다. 정부는 8월부터 은행·비은행권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 대환대출 프로그램 요건을 완화한다. 신용도는 나이스신용점수(NCB)를 기준으로 839점 이하에서 919점 이하로, 대출시점은 작년 8월 1일에서 2024년 7월 2일까지 대출분까지 허용한다.

아울러 정부는 ‘매출채권 팩토링’ 규모도 기존 375억원에서 하반기 525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소공인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매출채권팩토링이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소공인의 매출채권을 매입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매출이 발생해도 정산까지 길게 두 달 정도가 걸려 원자재비 구매, 인건비 지급 등에 어려움을 겪는 소공인을 위해 정부가 자금을 공급해주는 식이다.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도 추진한다. 스포츠학원과 노래방, 병원, 동물병원 등 온누리상품권 가맹이 제한됐던 업종을 대폭 해제한다. 이용자 편의 개선을 위해 후불식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도입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