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회사 주식을 상속할 때 부과되던 최대 주주 할증 20% 제도가 폐지된다.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세부담이 컸던 기업인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겐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기로 했다.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 성향이 글로벌 국가들과 비교해 너무 낮아 투자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저평가된 한국 기업 가치 평가를 높이기 위한 기업 ‘밸류업’과 민간 모험자본 유입을 독려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부동산으로 편중된 자산을 재분배하고,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 성장 및 중산층 자산 증식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그래픽=손민균

◇ 상속세 최대 주주 할증 폐지… ‘경영권 프리미엄’ 없앤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속세·배당소득세·법인세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특히 상속세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 주주 할증(최대 20%)을 폐지하기로 했다.

연초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 분야 민생토론회에서 한국의 상속세 제도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평가 절하)’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 최대 주주 할증까지 붙으면 주식에 대한 상속세율은 60%에 달한다. 국내 상속제도는 주식 상속시 최대 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은 주식 가치와 별도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다고 봐서 20%를 할증해 왔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웬만한 상장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한다든가 이런 경우에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그간 경영계를 중심으로 최대 주주 할증 등 과도한 상속 부담이 결국 가업 상속을 포기하게 하거나 지분재산 위주인 상속인의 현금 동원력으로는 상속세 납부가 어려워 결국 주가가 반등하기 어려운 구조를 형성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속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할증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도 확대한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고 이를 통한 고용유지 효과를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기존 가업상속공제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매출액 5000억원 미만)에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경우 최소 300억원~최대 600억원을 공제했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도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중견기업의 경우, 법인세 사업연도의 직전 3개 소득세 과세기간이나 법인세 사업연도의 매출액 평균 금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는데, 중견기업의 경우 매출액 기준을 폐지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넓힌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배당소득세 부담 완화, 주주환원 늘린 기업·주주 모두 혜택 얻는다

투자자의 배당소득세 부담도 완화한다. 한국은 금융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배당수익의 14%(지방세 포함 시 15.4%)를 배당소득세로 걷는다. 하지만,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연금소득 등)과 합해 종합과세(14~45%)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로 누진세가 적용돼 40% 이상의 고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저평가된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받게 되는 배당소득도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기재부는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배당 증가금액 등에 적용하는 분리과세 비율을 14%에서 9%로 낮춘다.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투자자들에 한해서 종합과세도 최대 45%에서 25%로 낮춰 세부담을 줄인다.

예컨대, D회사가 2022~2024년까지 3년간 평균 1000억원의 배당을 하다가 2025년에는 1200억원으로 배당을 20% 늘렸다고 가정하자. D사에 투자한 주주 A씨의 배당소득(보유 지분 동일 가정)은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늘어난 200만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산술식으로 표현하면 기존 과세율(14%)에 따라 주주 A씨는 배당소득(1200만원)에 해당하는 168만원(1200만x14%)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된 기준을 적용하면 증가분(200만원)에는 저율과세(9%)가 적용된다. 따라서 증가한 배당소득분(200만원)에는 9%의 세율이, 나머지 배당소득분(1000만원)에는 기존 14%의 세율이 적용돼 총 세액이 158만원, 종전보다 10만원 감소하게 된다.

배당을 많이 한 상장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도 부여한다. 직전 3년 대비 배당을 5% 넘게 늘린 기업에 한해 주주환원 증가 금액의 5%를 세액공제한다.

일각에선 이번 주주환원 확대 정책이 10여년 전 실시한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전 세제는 기업의 3년 평균 배당 성향·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이면서 총 배당금액 증가율이 10% 이상을 충족하거나 ▲시장 평균의 50% 이상이면서 총 배당금액 증가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당시 제도는 기준 충족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고배당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에 세제 혜택이 집중돼 ‘부자감세’라는 지적을 받고 폐지됐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10년 전 제도는 총배당증가율과 배당 성향 수익률 등 기준이 복잡하고 엄격했다”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았다.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하고, 주주와 법인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에도 배당소득세 완화 기준과 법인세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세 지원 제도를 도입할 때는 근본적인 세율과 공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보고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해 3년 한시로 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