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푸드앤와인쇼에서 한국 막걸리를 맛보는 현지인들. 갓을 쓴 aT관계자가 현지인들에게 한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시드니=이신혜 기자

지난 6월 22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푸드앤와인쇼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직원들과 농식품 청년해외개척단(아프로, AFLO) 단원들이 쓴 갓을 외국인들이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날 김치를 맛보기 위해 ‘케이푸드(K-FOOD) 부스’를 찾았다고 본인을 소개한 앤서니(Anthony·29)씨는 모자가 귀엽다며 칭찬했다. 기자가 ‘K 콘텐츠에서 비슷한 모양의 모자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앤서니씨는 “킹덤에서 봤어요(Oh, I saw that hat in the Kingdom series)”라고 답했다. 킹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조선시대 좀비가 창궐한 상황을 그린 한국 드라마다.

케이푸드 부스의 직원들이 쓴 갓이 진짜 갓은 아니다. 현지에서 전통 갓을 구하기 어렵자, aT 호주사무소의 허지영 소장이 종이컵과 검은 한지, 실핀을 구해와 비슷한 모양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니 갓은 푸드앤와인쇼를 찾은 바이어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겼다.

미니 갓의 효과였을까. 케이푸드 부스를 찾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메인 메뉴인 인삼주와 유자차, 막걸리, 김치, 라면을 맛보겠다며 줄을 서서 기다렸다.

호주 현지 바이어 엔젤라씨(오른쪽)와 그의 어머니인 앤슨씨(왼쪽)가 구매한 포도 막걸리를 들고 있다. /시드니=이신혜 기자

푸드앤와인쇼는 호주 최대의 식품·주류 박람회다. 시드니 최대 컨벤션 센터인 ICC(International Convention Centre Sydney)에서 1만4303㎡(약4330평) 규모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370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와인쇼라는 이름답게 술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케이푸드 부스에선 쌀로 빚은 전통 막걸리와 함께 복숭아, 밤, 청포도 등 다양한 맛의 막걸리 시음 행사를 진행했다. 막걸리를 처음 경험한 외국인들은 연신 ‘그레이트’ ‘굿’을 외치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막걸리를 더 맛보겠다며 추가로 구입한 바이어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막걸리는 서울장수의 월매청포도 막걸리. 5호주달러(약 5000원)에 판매됐는데, 바이어들은 “매우 싸다(Very cheap)”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식품무역업을 하는 바이어 엔젤라(Angelar·31)씨는 청포도 막걸리를 사면서 “모든 막걸리를 맛봤지만 내 입맛에는 복숭아, 포도맛이 맛있었다”면서 “이 막걸리를 사서 마트에 납품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막걸리를 시음하던 코리(Cory·38)씨는 유튜버 ‘영국남자(Koran Englishman)’와 ‘졸리(Jolly)’ 등을 통해 한국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리아타운에서 빙수, 김치, 불고기 등을 먹어봤다”며 한국 음식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내비쳤다. 다양한 세계 술을 마시는 게 취미라는 그는 옆 부스에서 40도짜리 위스키를 마시고 도수가 약한 청포도 막걸리를 마시니 “깔끔하다(refreshing)”며 막걸리를 구매했다.

시식용으로 준비된 김치와 두부를 먹어본 외국인들도 ‘친숙한 맛’이라고 말했다. 김치를 이미 먹어봤다는 엘리샤(Elisha)씨는 “김치와 두부는 정말 아름다운 조합”이라며 “나중에 코리아타운에서도 먹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에밀리(Emily)씨는 “한국의 반찬을 즐겨 사 먹는다”며 “김치를 특히 좋아하는데 시음용으로 준 (볶음)김치는 좀 단 편”이라고 평가했다. 허 소장은 “현지인들이 달콤한 볶음김치보다 전통 김치 제품을 많이 구매했다”며 “생각보다 현지인들도 퓨전 한식보다 정통 한식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aT에서 판매한 인삼주와 유자청 제품./시드니=이신혜기자

아울러 반대편 케이푸드(K-FOOD) 부스에서는 aT 직원들은 유자차를 ‘코리안 시트러스 티’라고 소개했다. 유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식 표현인 유주(YUZU)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코리안 시트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aT관계자는 설명했다.

아프로 단원 중 한 명은 유자차를 “한국에서 감기에 걸릴 때 마시면 좋은 건강한 차”로 설명하기도 했다. 단원의 설명을 들은 외국인들이 유자청을 많이 구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유자청을 산 캘리(Kelly)씨는 “유자차가 신선(refreshing)하면서 달콤하다(sweet)”고 평가하며 “인삼주는 건강에 좋을 것 같지만 흙맛(earthy taste)이 나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aT가 이번 박람회에서 판매한 한국 음식과 주류는 대체로 저렴한 편이었다. 유자청은 6.5호주달러(약 6000원), 컵라면은 1.5호주달러(약1400원), 막걸리는 5호주달러(액 4600원), 김치와 볶음김치는 3.0~4.5호주달러(약 2800원~4200원)에 판매했다. 외식 매장에서 햄버거나 샌드위치 하나 가격이 20호주달러(약1만8500원)를 넘는 비싼 호주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초저가에 판매한 셈이다.

허 소장은 “한국 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우선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면서 “한국 음식의 매력을 체험한 현지인들이 울월스(Woolworths)나 콜스(Coles)와 같은 현지 대형 유통매장에서 후속 구매를 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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