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가스공사·한국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공공기관 11곳이 미흡인 ‘D’ 등급을 받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한국고용정보원 2곳은 아주미흡인 ‘E’ 등급을 받았다. 최악의 등급이 매겨진 고용정보원의 김영중 원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개최해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평가단은 공기업 32개·준정부기관 55개 등 87곳에 대해 지난해 경영평가를 실시했다. 주요 사업 성과, 직무·성과 중심 보수 개편, 기관별 혁신 계획 이행 등 공공기관 혁신 노력을 비롯해 재무성과, 사회적 책임 등이 평가 요소다. 결과에 따라 ‘S’(탁월)부터 ‘E’(아주 미흡)까지 6개 등급이 매겨진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尹 두 번째 공공기관 경평 결과… A 15곳, D·E 13곳

평가 결과, 가장 높은 등급인 탁월 ‘S’를 받은 기관은 없었다. 우수인 ‘A’ 기관은 15개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곳 줄었다. A 등급을 받은 곳은 인천국제공사·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수력원자력·한국지역난방공사·한전KPS 등 공기업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기술보증기금·한국교통안전공단 등 준정부기관이다.

소위 ‘낙제점’으로 불리는 미흡 이하 ‘D·E’를 받은 기관은 13곳이었다. 1년 전(D13곳·E4곳)보다 4곳 줄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과 국토안전관리원·도로교통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한국국토정보공사·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한국산업단지공단·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준정부기관 총 11곳이 D를 받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한국고용정보원은 E를 받았다. E 등급을 받은 김영중 고용정보원장에 대해 공운위는 임명권자인 고용노동부 장관에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5월 30일 임명된 바 있다. 지난해 고용 정보망인 ‘워크넷’이 해킹되는 등의 이슈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방송광고진흥공사도 E 등급이었지만, 기관장이 공석인 탓에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르지는 않았다. HUG·한국국토정보공사·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3곳도 2년 연속 D등급을 받아 원칙상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인데, 재임 기간 미달 이슈로 이를 피했다.

2022~2023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기획재정부 제공

공운위는 해임 건의 외에도 총 13개 기관의 기관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하기로 했다. D를 받은 11곳 중 지난해 말 기준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HUG·가스공사·국토안전관리원·소상공인진흥공단·한국산업단지공단·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기관장 6명이 그 대상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의 기관장도 경고 대상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개 기관 중 한국가스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공사·한국중부발전·코레일·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환경공단 등 현재까지 재임 중인 기관의 기관장 8명이 대상이다.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 사옥 모습. /뉴스1

◇ 광해공단·석탄공사 임원 성과급 100% 반납… 한전은 50%

공운위는 이번에 재무 상황이 나쁜 공공기관에 대해 임원 성과급 삭감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14개 재무위험 기관 중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확대된 광해광업공단과 대한석탄공사의 기관장·감사·상임이사의 성과급은 100% 삭감될 방침이다. 단 가스공사·코레일은 감사만 성과급 삭감이 이뤄진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한국수력원자력) 등 7곳은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이 50% 삭감된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적자 폭이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참고로 성과급은 종합 등급이 보통(C) 이상인 기관을 대상으로 기관 유형별·등급별로 차등 지급한다.

예산상 이익·불이익도 있다. 직무급 도입·운영 실적 최우수 평가를 받은 한국남부발전·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 3곳은 내년도 총인건비를 0.1%포인트(p) 추가 지급받게 된다. 반면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13곳 기관은 내년도 경상경비가 0.5~1% 삭감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종합 등급 D·E의 미흡 이하를 받은 13곳 실적 부진 기관에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경영개선 컨설팅을 실시하겠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10곳 기관에 대해서는 안전 관련 개선 계획을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2023년도 공공기관별 경영 실적 평가 결과.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