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5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연합뉴스

KDI는 11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6월호’에서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은 양호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내수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수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고금리를 꼽았다. KDI는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소비 여력이 악화함에 따라 대다수 품목에서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했다.

상품소비와 밀접한 소매판매액(-3.4%→-2.6%)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1.2%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태별로는 온라인 판매를 반영하는 무점포소매(9.0%)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9.9%), 전문소매점(-6.4%), 대형마트(-6.0%)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판매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소비와 밀접한 숙박 및 음식점업(-2.4%), 교육서비스업(-1.1%) 생산도 감소세를 지속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98.4를 기록해 기준치(100)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미만인 것은 소비자들이 현재의 경기가 과거 평균적인 경기상황보다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다만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공급 측 압력도 완화하며 물가상승세는 둔화 흐름을 보였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하며 전월(2.9%) 대비 낮아졌다. 특히 추세적 물가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감소했다.

4월 광공업 생산은 조업일수가 0.5일 증가하며 자동차 생산이 전월(-9.2%) 대비 반등한 3.4%를 기록하고, 반도체 생산 역시 22.3%의 증가율을 보이며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숙박·음식·여가 등 서비스업 생산도 2.0%를 기록하며 완만한 증가 흐름을 유지했다.

제조업은 반도체(18.6%)와 전자부품(13.0%)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한 가운데,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월(71.4%) 대비 2.1%p 증가한 73.5%를 기록했다.

내수와 달리 생산 지표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수출도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8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했다. 수출은 8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전년 대비 수출액이 40% 이상 증가한 정보통신(IT) 품목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반면 수입액은 531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했다. 주요 에너지 자원 수입액의 증가 폭이 축소됐고,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소비재 수입액도 위축되면서 감소 전환했다.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들며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49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KDI 관계자는 “이달 발표한 동향에서는 생산 지표가 완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기회복 기조는 더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지난달 발표한 생산 둔화 흐름은 일시적이었다고 판단했는데, 다만 내수회복세는 여전히 부진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