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진행자(BJ)가 신체 노출을 하는 ‘벗방’을 통해 돈을 번 기획사·방송사와 온라인 중고마켓 명품 판매업자 등 21명에 대해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제공

◇벗방 BJ 통해 벌어들인 법인 자금→명품·외제차·성형·아파트에 사적 사용

23일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벗방 관련 방송사, 기획사, BJ는 거짓 소득 신고를 하거나 사업에 관련이 없는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허위인건비를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벗방은 기획사가 여성 BJ들을 모집 및 관리하며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구조다. 시청자들은 BJ와 채팅으로 소통하며 유료 결제 아이템을 구매해 후원한다. BJ는 시청자들의 후원 금액에 따라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묘사 등 음란 행위를 보여준다.

후원을 받은 BJ는 기획사, 방송사와 일정 비율로 후원금을 나눠갖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적발된 기획사는 방송과 관련이 없는 BJ 가족에게 사업 소득을 지급한 것처럼 꾸며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획사 사주는 수십억원의 고급 아파트 임차 보증금 및 인테리어 비용을 법인 자금으로 사용했다. 고급 호텔 및 외제차, 백화점 명품, 성형외과 비용을 법인 경비로 결제하기도 했다.

일부 기획사는 방송 중 시청자의 실명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시청자인 척 위장하고 소속 BJ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후원해 다른 시청자가 경쟁심에 더 큰 금액을 후원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은 대출을 받아가며 BJ를 후원했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례도 있었다고 국세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적발사례를 바탕으로 법인세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제공

◇중고마켓에서 고가 명품 팔고 소득은 숨겨…청년 지원 정책 악용해 부당 감면받은 유튜버도 적발

아울러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사업자가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 플랫폼을 통해 고가 명품을 판매하고 매출 신고를 누락한 사례도 적발됐다. 온라인 중고마켓에서는 판매자의 실명 및 거래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전당포와 명품 매장을 운영하는 일부 사업자들은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최고 39억원어치의 귀금속 및 가방·시계·차 등을 판매하고 소득을 숨겼다. 적발된 사례만 총 1800건 이상이다.

오프라인 사업장이 필요 없는 유튜버 등 정보통신 사업자가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서 창업하면 세금을 최고 100% 감면해 주는 것을 악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15~34세 청년이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밖에서 중소기업을 창업할 시 5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를 50~100% 감면해 준다.

일부 유튜버 등이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 감면율 100% 지역에 사업자 등록만 해놓고 수억원의 세금을 부당하게 감면받아 리조트 회원권과 고가 외제차를 취득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청년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을 악용한 경우 이를 적발해 세금을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신재봉 국세청 조사분석과장은 “실명 확인 및 소득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특성을 악용한 신종 탈세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