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 19일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겐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10년 전 비슷한 취지로 ‘가계소득 증대 세제’ 패키지를 시행한 적이 있다. 배당을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만 쌓아두는 기업에 법인세를 더 부과하고, 소득에 대한 세율을 낮춰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실패했다. ▲까다로운 요건 탓에 기업 참여율이 낮았던 점 ▲고소득자 중심의 부자 감세 정책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시장과 정치권의 혹평을 받으며 결국 폐지됐다. 10년 만에 기재부가 다시 선보인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세제정책’은 무엇이 다를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5일 기재부 관계자는 두 제도의 차이를 ‘채찍’과 ‘당근’으로 비유해 설명했다. 2014년에 세법개정안에 담은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채찍’을 들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려고 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당근’을 줘 기업의 자발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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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새 정책을 만들면서 10년 전 사내유보금을 쌓는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시행한 기업소득 환류세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예정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중소기업 제외) 기업이 한 해 이익의 최대 80%를 기계설비류 등 투자, 배당, 직원 임금 인상분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국가가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기업이 미래 먹거리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2017년 폐지됐다.

기재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해 이익의 일부가 아닌, 자사주 소각 및 배당 증가액의 일정 부분을 세제로 지원해 줄 계획이다. 페널티를 줬던 과거와 달리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의 선택지는 넓히되,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10년 전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함께 발표됐던 ‘배당소득 증대세제’ 역시 고배당 기업 충족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고배당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 등에 세제 혜택이 집중돼 ‘부자감세’라는 지적을 받고 폐지된 바 있다. 당시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고배당 기업의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주주에게는 종합과세 대신 선택적 분리과세(25%)를 허용했다.

당시 주주가 배당소득 증대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기업은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했다. 기업의 3년 평균 배당 성향·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이면서 총 배당금액 증가율이 10% 이상을 충족하거나 ▲시장 평균의 50% 이상이면서 총 배당금액 증가율이 30% 이상이어야 했다. 둘 중 하나의 기준을 충족한 기업의 상장주식을 보유할 때에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배당 성향·수익률을 시장 평균보다 월등히 높이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세제 혜택을 위해 배당을 늘린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아울러 세제 혜택은 금융소득이 많은 고소득자에 집중됐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권에서 ‘부자감세’라는 지적을 받으며 2017년 일몰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7년 발간한 ‘배당소득증대세제 도입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이상엽,홍우형)’ 보고서에서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상장기업의 현금배당 규모와 배당성향을 증가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규모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해당 제도의 실패 원인으로 까다로운 고배당기업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수 감소 규모가 크고,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이 몰려 세제 형평성을 저해한 점도 단점으로 꼬집었다.

그래픽=정서희

기재부는 이러한 세제정책 실패를 오는 5~7월 사이 발표할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한계로 지적된 기업의 배당 성향·배당수익률 기준을 시장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시할 것”이라며 “아울러 과거에 비판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장 효율적인 세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세제 혜택 기준이나 적용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기재부는 기업의 자사주 소각·배당 현황이 발표되는 4월 이후 다양한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법인세 감면 대상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주주 입장에서도 어떻게 과세 감면을 받을 수 있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배당소득세율을 인하하거나 종합과세 누진세율을 바꾸진 않을 것 같다”면서 “우선은 세액·소득공제, 분리과세 등 다양한 방향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보다 주식투자자가 늘어난 만큼 많은 투자자가 세제 혜택을 받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배당소득세율이 높고 대주주 외 양도소득세는 따로 물지 않아 주식투자자들이 배당소득을 바라고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환경 자체가 마련돼있지 않다”면서 “우선 배당소득세율을 낮추고 양도소득세를 내게 해 형평성을 맞추되, 미국처럼 1년 이상 장기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고배당 기업의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 감면 정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