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폐식용유와 생활폐기유, 동식물성 기름 등을 혼합한 바이오항공유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낸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각국이 바이오항공유를 도입함에 따라, 오랜 기간 항공유 수출 1위를 유지해 온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9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강경성 제1차관이 주재한 2024년 전략기획투자협의회 1차 회의에선 ‘바이오항공유 대응 사업’을 신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사업으로 포함하는 안이 채택됐다.

지난해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GS칼텍스 바이오항공유 실증 운항기념식에서 실증 운항을 위해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가 급유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바이오항공유 대응 사업의 핵심은 해당 연료의 상용화를 가속하기 위한 R&D 지원과 바이오항공유 제조에 필요한 원료 확보 방안 등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내년부터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바이오항공유를 2% 이상 혼합하도록 의무화했고, 이에 맞춰 국내 바이오항공유 수급 및 에너지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산업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바이오항공유는 지속가능항공유(SAF)로도 불린다. 옥수수, 폐식용유 등을 재활용한 원료로 최대 70~80%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기술 수준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바이오항공유 생산 기술이 없는 국내 정유·항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GS칼텍스가 국내 정유회사 중 유일하게 바이오 항공유를 다국적 회사인 ‘네스테’에서 소량 수입해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편도에 한해 소량 투입하는 시험 수준이고, 자체적으로 국내에서 바이오 항공유를 제조할 기술은 없다.

ICAO의 바이오항공유 혼합 의무화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항공사들은 탄소 초과 배출량에 대해 배출권을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EU가 바이오항공유 혼합 비율을 계속해서 늘릴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항공업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EU는 내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항공유를 혼합하는 의무 비율을 2%로 정하고,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늘릴 방침이다.

항공사가 의무를 준수하지 못해 사야 할 배출권의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항공업계에선 “배출권의 가격이 높게 측정되거나 의무 혼합 비율이 높아지면 영업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일부 항공 노선은 운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그간 수출 효자 종목 중 하나였던 ‘항공유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공유 수출량은 지난 2022년 기준 1080만3000톤(t)으로, 세계 1위다. 2위 수출국인 미국(848만8000t), 3위 수출국인 네덜란드(772만t)와 함께 세계 항공유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4위인 일본(168만6000t)과 비교하면, 한국의 수출량은 6배 이상 많을 정도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바이오항공유 혼합 의무화로 인해 항공유 수출국 순위가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내년까진 EU 한정이라 부담이 크지 않지만, (바이오항공유 혼합) 의무 비율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도 동참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정유사가 바이오항공유 R&D에 힘쓸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개정한 세법 시행규칙에서 신성장 사업화시설로 지정된 ‘바이오매스 유래 에너지 생산 시설’에 ‘항공유 생산시설’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항공유 생산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2%에서 대기업 6%,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8%로 확대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 바이오항공유 R&D가 해외에 비해 미흡한 편”이라며 “세제 혜택을 비롯한 다양한 재정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