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하천에서 붉은색 물이 나온다고 욕을 많이 먹었는데 요즘에는 어항에 그 물을 담아 물고기를 키울 정도가 됐죠. 2021년 말에는 청정지역에만 온다는 수달도 놀러 왔어요” (정영국 한국광해공단 시설관리팀장)

지난 7일 오후에 찾은 강원도 태백시 함태 수질정화시설에는 폐광에서 흘러나온 물이 끊임 없이 유입되고 있었다. 1954년부터 1993년까지 39년간 운영됐던 함태탄광은 현재 폐광됐지만, 이곳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는 여전히 중금속이 많이 들어있다.

갱구에서 나온 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색을 띤다. 물에 포함된 철 등의 중금속이 산소와 만나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 물이 하천이나 주변 땅으로 흘러 들어가면 여러 경로를 통해 사람의 몸에 들어가고 쌓일 수 있다. 폐광의 물을 정화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전날(6일) 폐광에서 함태 수질정화시설로 흘러들어온 물에는 철과 망간 등이 배출허용기준 이상으로 포함돼 있었다. 철의 경우 청정지역 배출 허용 기준인 2ppm의 10배가 넘는 25.4ppm, 망간의 경우 2ppm의 2배가량인 3.6ppm을 기록했다.

7일 오후 방문한 강원도 태백 함태 수질정화시설의 여과조. 모래필터를 이용해 미세 부유물질을 흡착 및 여과한다. /이신혜 기자

이처럼 중금속이 들어있는 물은 폭기조, 응집조, 침전조, 여과조 등을 거쳐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청정지역 수준의 물로 변신한다. 실제로 함태 수질정화 시설 사무실에는 정화한 물을 어항에 담아 금붕어 등 물고기를 키우고 있었다.

갱구에서 유입된 물에 송풍기(터보 브로워)로 공기를 주입하면 물속에 있는 철이 붉은색을 띠는 ‘수산화철’ 형태로 바뀐다. 이어 응집제(폴리머)를 투입하면 산화된 철이 응집해 덩어리 형태의 ‘플록’을 형성한다.

철과 망간 등 중금속이 응집된 덩어리 형태로 바뀌면 침전조에서 물의 회전을 이용해 침전물을 거르고, 여과조에서 모래 필터를 이용해 침전조에 침강되지 않은 미세 부유물질을 흡착해 여과시킨다. 청정지역 수준의 정화수로 만드는 데는 이처럼 까다로운 여과 과정이 반복된다.

이곳에서만 매일 중금속이 가득하던 2만톤(t)의 물이 청정지역 수준의 깨끗한 물로 바뀌고 있다. 대장균 등을 제거해 고도화한 물은 인근 강원랜드 화장실 용수, 워터파크 수영장 물, 스키장 인공눈 등으로 재활용된다. 강원도 산불 발생 시 소방용수로 정화한 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 팀장은 “함태 수질정화 시설을 포함해 광업공단이 관리하는 수질정화소에서 매일 1.5리터(L) 생수병 3000만개 용량의 물이 청정지역 수준의 물로 정화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함태 수질정화시설에서 당일에 유입된 중금속 물인 유입수(왼쪽부터), 중금속 찌꺼기 덩어리인 슬러지, 정화작업이 완료된 방류수. /이신혜 기자

정화작업 과정에서 철과 망간 등이 응집돼 만들어진 약1000톤(t) 분량의 ‘슬러지’는 인근 시멘트 공장에 판매하거나 탈향제 등을 만드는 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현재 중금속이 포함된 물이 배출되는 폐광은 약 300곳이다. 공단은 심각성이 큰 59곳에서 중금속을 제거해 하천 등으로 내보내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2026년까지 진행되는 ‘제4차 광해방지기본계획’을 통해 전국 휴·폐광산 광해방지사업 복구 완료율을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복구 완료울은 21.8%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1300억원 정도가 광해사업에 투입되면 50년 내 광해 종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지금은 50~70% 정도 예산을 받고 있다”면서 “100년 내에는 광해가 종식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