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과 중국, 일본 하늘길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 교통량이 증가한 가운데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교통 흐름을 공유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세 나라가 항공 상황을 공유하면 교통량이 늘고 관광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교통본부는 한·중·일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항공교통흐름관리시스템(ATFMS) 서버를 구축하기로 했다. 비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한·중·일 실시간으로 대응 정보 주고받는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항공 지연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국제선이 출발하는 교통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사용하는 각자의 흐름 관리 시스템이 있지만,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정보를 특별한 상황에 따라 공유하는 수준이다.

주차장에 주차 가능 대수가 정해진 것처럼 하늘에서도 일정 수준의 교통량을 넘어서면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교통량을 통제한다. 유럽이나 미주 등을 오가는 국제선을 운행할 때 세 국가는 서로의 상공을 지나가게 되는데, 서로의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교통 흐름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한·중·일이 항공 운영 계획을 공유해 교통량을 분산하면 교통 혼잡과 지연 운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대학수능능력시험(수능) 영어 듣기평가 시간 중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되고 지상으로부터 3km 이상 상공에서 대기하게 되는데, 이 정보를 일본과 중국에 동시에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하늘에 머무르는 비행기가 많아지면 다른 국가들이 항공기를 운항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는 화상회의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 시스템이 호환되면 사전에 관제(管制) 계획에 반영하고, 이후에도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16년 말 과학적인 항공교통흐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항공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관제사의 경험에 의존하던 항공교통 관리에서 흐름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교통량을 분산하고 상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2018년 흐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일본·중국과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도록 추진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항공량이 늘어난 현시점에서 다시 사업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항공량… 관광 활성화 ‘기대’

시스템이 구축되면 앞으로 더 많은 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세 국가가 공유하게 된다. 현재는 시간당 몇 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유된다면, 시스템이 도입된 뒤에는 항공기 기종과 승객 탑승 인원 등이 담긴 정보를 확인하고 소통할 전망이다. 시스템은 이르면 내후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가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항공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토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 항공사 노선 이용객은 총 742만953명으로 이 중 451만3050명이 국제선을 이용했다. 전체적인 항공사 노선 이용객은 2019년 10월(777만6064명)의 95.4% 수준으로 회복했다. 외국 항공사를 이용한 경우까지 합치면 하늘길에 오른 승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간의 항공 흐름이 원활해지면 더 많은 항공기가 오가면서 관광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행기가 일시적으로 몰리면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데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면 수용량도 늘어날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비행기 이·착륙을 관리하면 비행 편수를 늘리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