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제1차시험일인 지난 9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실로 향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20~30대 공무원의 퇴직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를 개선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에서 2020년 5급 공채로 입직한 사무관이 최근 퇴직했다. 인사혁신처가 2014년 출범한 이후 사무관으로 입직해 의원면직한 첫 사례다.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이 민간으로 이직하기 위해 그만두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공무원의 퇴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에게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761명이던 2030세대 퇴직자 수는 지난해 1만1067명으로 2배 수준이 됐다.

주목할 것은 근무한 지 1년이 안 돼 퇴직한 공무원 숫자다. 2018년 951명이었던 재직기간 1년 미만 퇴직자는 2022년 3123명으로 늘었다. 3배 이상이 된 것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1년도 안 돼 공무원 퇴직을 선택한 사람은 2020년(1610명)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1년(2723명)에 2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3123명)에는 1년 미만 퇴직자가 3000명을 돌파했다.

그래픽=손민균

인사혁신처가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 공무원 퇴직의 주된 원인으로 ‘낮은 보수’, ‘경직된 공직문화’,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가 언급됐다. 인사혁신처는 앞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공무원 퇴직 사례가 늘자, 인사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혁신처는 9급에서 3급까지 승진하는 데 필요한 최소 재직기간을 16년에서 1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경직된 공무원 조직문화, 세종시로 청사 이전,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인한 연금 축소 등으로 공직을 떠나는 이들이 늘자 승진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한 공무원 퇴직자는 “조직 내 상명하복의 문화가 현시대에 맞지 않는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공무원 연금 개혁의 결과로 젊은 공무원일수록 퇴직 후 연금도 충분히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워라밸도 안 맞으니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요즘 사무관 중 잦은 야근과 박봉 등을 이유로 퇴직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걱정된다”면서 “사실 민간기업에 가면 당장 돈을 더 받을 수 있고, 워라밸이 좋다고 알려진 곳이 많아 그들의 생각을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권경환 경남대 행정학 교수는 “일이 많은 중앙부처 젊은 공무원의 경우 업무 과중을 느낄 수 있는 데다 공직 문화를 보면 의사결정에 제약이 있다 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직급별 적절한 업무 분담과 수평적인 문화 만들기 등 공직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