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의성 있는 경제 정책 결정을 위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도록 돕는 '속보성 경제 지표'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투자·수출·소비 등 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수집해 내부 참고용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커진 경제 상황에서, 한 달 혹은 1분기 주기로 나오는 기존 경제 지표로는 정부 대응이 너무 늦다는 당국자들의 문제 인식이 배경이 됐다.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속보성 경제 지표' 연구용역비 9억원을 편성했다. 통상 정부 연구용역이 1억원 이하 규모로 발주된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다. 단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최종 예산은 조정될 여지가 있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내에서는 해당 사업이 앞으로의 경제 정책 운용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진단을 실시간으로 해낼 수 있는 지표를 내부적으로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현재 공표되는 지표로는 다소 시차가 있어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진 현 경제 상황에 걸맞지 않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총체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은 분기별로 발표된다. 1분기 상황은 2분기 초(속보치)에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3대 지표'로 불리는 산업활동, 고용, 소비자물가 지표도 한 달 주기로 발표된다. 집계가 빠른 순으로 이들 지표를 정렬하면, 물가-고용-산업의 순서다. 가령 이달 물가동향은 다음 달 초에, 고용동향은 다음 달 중순에 그리고 산업활동동향은 다다음 달 초에야 발표되는 식이다.
수출입동향 지표가 관세청 주도로 10일 단위(1~10일·1~20일·월별)로 발표되고 있어, 경제 지표들 중에선 그나마 자주 업데이트되는 편이다.
해당 지표를 구성할 데이터들의 목록은 추후 연구용역이 진행되면 구체화할 예정이다. 가령 신용카드 일일 승인 내역 등 소비를 나타내는 지표나 반도체 수출 물량 추이 등 산업을 나타내는 지표처럼, 짧은 시간 내 산출 가능한 수많은 미시 경제 지표들이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현 경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참고 지표로 활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처럼, 미국도 분기별 GDP를 속보치·잠정치·확정치로 세 차례에 걸쳐 공표한다. 속보치는 한 분기가 끝난 뒤 28일 내, 잠정치는 70일이 지나 발표된다. 확정치는 훨씬 뒤에 발표된다.
그런데 애틀랜타 연준 은행의 GDP 나우는 이런 속보치 발표 약 90일 전부터 전망을 시작해,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를 자체 모델로 돌려 산출한다. 미 상무부가 발표하는 공식 전망은 물론 아니지만, 방향성이 꽤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시장에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가장 최근 애틀랜타 연은의 GDP 나우는 3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 추정치에 대해 지난달 8일 5.6%에서 지난달 15일 4.9%로 일주일 만에 하향 조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바다에서의 배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관리하는 데 쓰이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를 활용해 무역 통계를 만들기도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속보성 경제 지표 연구용역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이르면 내년 바로 공모 사업 수행 기관을 선정해 최대한 빨리 가동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