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 무역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 전체로 번질 경우,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국내 물가와 수출입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이스라엘 여성이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은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서 아이를 안고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오후 4시 50분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3.12% 오른 배럴당 85.37달러에 가격이 형성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지가 아니어서 당장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중동 원유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경우, 누적 적자가 가중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구입 원가가 오르면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승분이 전기·가스요금으로 전가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두 공사의 재무 부담으로 남게 된다.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도 더 오를 수 있다. 9월 4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90원대로 나타났다. 전국 주유소 중 3분의 1 이상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대까지 치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전쟁에 따른 국내 석유·가스 수급 현황과 국내외 유가 영향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현재 분쟁 지역이 국내 주요 원유·가스 도입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떨어져 있어 국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다고 발표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4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6월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크게 줄어 생긴 흑자인데, 특히 에너지 수입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수입액은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16.5% 감소했다. 여기엔 국제 에너지가 하락으로 가스(-63.1%), 석탄(-36.9%)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36.3% 감소한 영향이 작용했다. 즉 에너지 수입액이 오르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지속적인 유가 상승,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 유가가 오른다고 해도,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수개월의 시차가 있어서다. 이어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 내 국지적인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가 움직여도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우리 무역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다”며 “호르무즈 해역까지 상황이 번질지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