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스마트팜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경남 사천·진주 지역에 소재한 ‘애그테크’(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 기업 드림팜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지 투자사인 알파리스 스타트스(AL-FARIS STARTS)와 1억2000만달러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로 1500억원, 스마트팜 계약으로선 상당히 큰 규모다.

드림팜이 수주한 ‘사우디 스마트팜 구축 프로젝트’는 사우디 알 마즈마흐 지역에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시공 면적은 3.5헥타르(ha)로, 프로젝트 사업 기간은 총 4년이다. 드림팜은 설계와 시공을 모두 담당하는 턴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스팩 상장을 추진 중인 우듬지팜은 지난달 31일 충남 부여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 반밀폐형 스마트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우듬지팜은 약 100억원을 투자해 2만5000㎡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우듬지팜이 자체 개발한 반밀폐 유리온실 기술은 갑작스런 이상 기후 현상에도 농작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해가 떠있는 낮동안에는 태양광으로 식물이 생장하도록 하고, 비가 오는 때나 야간에는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광합성 작용을 돕는다.

스테비아 토마토를 개발해 ‘토망고’라는 브랜드를 붙여 개발하기도 한 우듬지팜은 아랍에미리트(UAE)와 1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우디와는 6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토망고를 앞세워, 농산물 수출을 넘어 외국에서도 이 같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자사의 스마트팜 기술과 설비를 홍보하고 있다. 지난달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 참석 차 방한한 아프리카 8개국의 농업장관들도 우듬지팜을 방문해 한국의 스마트팜 기술을 직접 보고, 도입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5일 경북 상주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방문해 방울토마토 온실에서 재배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尹정부, 농업시설 30% ‘스마트팜’ 전환 추진

기후 변화로 지구촌 곳곳에 폭염과 폭우가 발생하고 식량안보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스마트팜 등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 시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팜은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융합해 작물과 가축을 원격으로 키워낼 수 있는 농장을 말한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132억달러 규모이던 스마트팜 시장은 연 평균 9.8%성장해 2025년 22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스마트팜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관련 매출을 기준으로 추산한 규모다.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시장 가치는 제외됐다.

현재 세계 스마트팜 시장은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 등이 주도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도 비닐온실에 ICT 기술과 각종 애그테크를 도입한 스마트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국내 스마트팜은 기존 비닐하우스에 스마트농업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시설원예 규모는 5만5000ha로, 99%가 비닐온실이다. 현재까지 ICT를 도입한 스마트팜은 전체의 13%인 7239ha로 추산된다. 선진국이 스마트팜 관련 기술을 유리온실이나 실내형 수직 농장을 토대로 개발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7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RO 2023)'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리형 스마트팜은 내구성은 좋지만 설치비가 비싸다.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길다”면서 “반면 비닐하우스는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이러한 경제적 요인 때문에 자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선 적은 비용으로 농업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한국형 스마트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0월 2027년까지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일부 품목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 스마트농업을 전(全) 품목으로 확대하고, 민간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감소와 기후변화 등 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농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팜 AI·로봇 기술 개발 한창…수출 확대 기대감 모아

국내 스마트팜 관련 기술 개발은 농촌진흥청과 애그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은 상용화할 수 있는 시설 개발에 집중한다면, 농진청에서는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농진청에서는 로봇 기술을 활용해 수확을 용이하게 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AI 병충해를 예방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병충해 예방의 경우 토마토와 딸기, 파프리카 등에 대해선 자주 걸리는 질병 정보를 파악해 병해 진단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현재는 참외에 대한 병해충 판별 AI 모델 개발과 병충해 진단 인공지능 모듈 제어시스템 확보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팜에서 사용하는 수확량 예측 로봇. 이 로봇은 카메라로 농작물의 생장 정도를 확인해, 수확 적기를 판단하고, 각 시기별 수확량을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 제공

로봇 기술은 현재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농약을 살포하는 ‘방제로봇’, 농작업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운반로봇’, 과채류의 익은 정도를 측정하고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예측로봇’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김경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농업로봇 및 인공지능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농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가 입장에선 연간 1억원 이상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얻고 사회적으로는 농업생산 기반 확대 및 안전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정상경제외교를 계기로 한국 스마트팜 기업이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 5600만불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농식품 전후방산업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용한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