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가 시작되고 역대급 폭염도 온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청상추 도매가격은 전월보다 71.6% 뛰었고, 열무 가격도 전월보다 54.5% 올랐다. 오른 가격이 외식비 등에 반영되면 물가지표를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내 한 매대에 상추가 진열돼 있다. /뉴스1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8일 도매 기준 청상추(4㎏) 가격은 2만1240원으로 한 달 전(1만2380원)보다 71.6% 올랐다. 적상추(4㎏)도 2만1480원으로 전달(1만3555원)보다 58.5% 뛰었다. 열무(4㎏) 도매가격은 1만666원으로 전월(6903원)보다 54.5% 올랐다.

배추 도매가격(10kg)은 1만1570원으로 전월(8186원)보다 41.3% 상승했다. 이는 1년 전 가격인 1만198원보다도 13.5% 오른 수준이다. 이외에도 양배추, 시금치, 대파 가격도 줄줄이 상승했다.

주요 과일 가격도 올랐다. 사과(후지 10㎏)는 6만6780원, 배(신고 15㎏)는 5만298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1.3%와 9.6% 상승했다.

장마 시작과 함께 채소와 과일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올여름에는 평년보다 잦은 재해로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해 7월 강수량은 평년(245.9~308.2㎜)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에 달한다. 6월과 8월은 평년(101.6~174㎜/225.3~346.7㎜)과 비슷할 확률 50%, 많을 확률 30%로 조사됐다.

특히 폭우로 전국에 ‘호우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날씨 사정은 이미 나쁜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6일 오전 3시 호우특보를 내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한 바 있다. 지난 28일에는 광주와 전남 15개 시군에 호우특보를 내렸다. 광주에는 28일 0시부터 오전 9시까지 최대 274.6㎜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와 광양 지역의 시간당 강수량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졌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과일을 진열하고 있다. /뉴스1

비가 쏟아지면 수해를 입거나 병에 걸려 작황이 나빠지고,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농산물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계약재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는 전년보다 45.3% 증가한 1만7000톤, 무는 200% 늘어난 6000톤을 각각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노력에도 농산물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전반적인 물가 지표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공식품 가격을 통제하지만, 농산물 물가는 손대기 어려워 체감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 “농산물은 외식비의 재료가 되는 만큼 순차적으로 외식비까지 올리는 요인이 돼 물가 상승률을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오르고 에너지 가격이나 우유 등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상당하다”라며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로 인해 소비 지출을 통제하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