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EXO) 멤버 첸·백현·시우민(첸백시)이 부당 계약과 관련해 에스엠(041510)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지 보름 만에 이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SM이 계약 조건 수정 등을 첸백시 측이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분쟁을 끝낸 것이다. 사안을 검토하던 공정위 서울지방사무소도 해당 사건을 종결시켰다.

‘첸백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최근 착수한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를 통해 SM을 포함한 업계 전반의 부당 계약 문제를 파악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엑소(EXO)의 유닛 그룹 첸백시(첸·백현·시우민). /SM엔터테인먼트

◇ “계약 조항 부당” 첸백시, SM 공정위 제소 결국 ‘취하’

23일 공정위와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따르면, 엑소의 유닛 그룹 첸백시는 최근 SM에 대한 공정위 제소를 취하했다. 이달 초 첸백시 측은 SM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했다. 그런데 최근 SM이 첸백시 3인과 계약 내용의 일부에 대한 협의·수정 제안하면서 양측은 계약을 다시 이어가기로 합의했고, 결국 약 보름 만에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행정적 절차는 종결됐지만, SM의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의혹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초 이들이 공정위에 SM을 제소하며 문제로 삼은 것은 과도하게 긴 기간 전속계약을 맺도록 하는 조항들이었다. 계약 기간 ‘기산점’(起算點·계산이 시작되는 시점)을 ‘체결 일자’가 아니라 ‘데뷔일’로 정하는 조항과 ‘최소 수량의 앨범을 발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를 이행하는 시점까지 본 계약기간은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는 문구 등이다.

공정위에서는 소속사가 이런 조항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장기간의 계약을 맺게 할 수 있다면 불공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는 과거 2007·2011년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지적을 받은 사안과 유사해 시정조치 불이행 의혹까지 일고 있다. 공정위는 제소 취하에 따라 사건은 종결 처리됐으므로, 일단 해당 건에 대한 조사는 더 이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정서희

◇ 대중문화예술 실태조사 시작… “SM 조사 이어가야” 주장도

그러나 공정위는 업계 전반의 관련 실태조사로 이 문제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공정위가 연초 대통령에게 보고한 부처 업무 계획에 포함했던 내용이다.

업무계획에 따르면 공정위는 문체부와 합동으로 올 하반기부터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간 거래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공정위는 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고, 불공정 계약 강요 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첸백시 이전에 가수 츄와 이달의 소녀, 이승기, 배우 송지효 등을 통해 정산금 지급, 수익 분배 등 불공정 계약 문제가 다수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는 지난 21일 시작됐다. 오는 9월까지 실시하는 이번 실태조사의 대상은 대중문화예술산업 사업체, 종사자(대중문화예술인·제작물 스태프), 대중문화예술 관련 협·단체 등이다. 온라인과 면접 조사를 병행한다. 이번에 문제 된 SM 등 대형 기획사들도 조사 대상이다. 문체부는 최근 일부 당사자에게 실태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에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묻는 문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와 문체부는 ‘기획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조건을 결정하는 조항을 포함’,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행정기관 등에 신고했다는 사유로 불이익을 줌’ 등 10여개의 불공정 행위를 나열해 최근 3년 동안 이런 일을 당한 일이 있는지를 답하도록 했다. 이밖에 서술형 항목을 둬 기획사와의 계약·정산 문제에 대해 응답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5인조 활동 때의 그룹 동방신기(東方神起)의 모습. 2009년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노예 계약' 논란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다 시아준수·믹키유천·영웅재중 3명이 탈퇴했고, 지금은 남은 유노윤호·최강창민 2인조로 활동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일각에선 설문조사와 면접을 바탕으로 한 전수 실태조사로는, 이번 첸백시 사태로 다시 돌출된 연예기획사의 불공정 계약 논란을 바로잡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M의 경우에도 첸백시 측의 제소 취하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공정거래 분야 전문 변호사는 “제소한 사람이 취하하면 절차를 종료하는 것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조사관에 따라, 사회적 중대성에 따라서 그냥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신고는 단서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계 불공정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볼 소지가 큰 만큼 조사를 더 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가 연예기획사들의 불공정 계약에 대대적으로 칼을 댄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다. 그룹 동방신기 일부 멤버들의 신고를 계기로 이른바 ‘노예계약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시에도 SM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260여개 중소형 연예기획사에 대해서도 자진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공정위는 2009년 연예기획사와 연기자의 전속계약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연예인 전속계약서의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아이돌 ‘마의 7년’이란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