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380원을 돌파하면서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킹달러’(King Dollar·달러화 강세) 기조 속에서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상황이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377원에 개장한 뒤 장 초반 1380.5원까지 치솟으면서 1380원을 넘어섰다. 오전 10시 30분 이후 한때는 1387.5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 2009년 4월 1일(1392원) 이후 약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달러화 가치는 연일 초강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이달까지 3회 연속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22% 오른 110.44를 기록 중이다. 하루 만에 다시 110선으로 올라섰다.

밤 사이 발표된 미국의 서비스지표가 호조를 보인 점도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6.9를 기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5.5를 웃도는 수치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위안화와 유로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원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위안화는 외화지준율 인하 등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 턱밑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위안화 움직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여파로 올 겨울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유로화와 달러화의 등가를 의미하는 패리티(parity·1유로=1달러)가 깨진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부진과 유로화 약세,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1380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