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6%대로 치솟은 물가를 억제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원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연 2.50%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2.5%가 된 것은 2014년 8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기준금리를 7차례, 총 2.0%p 인상했다.

앞서 금통위는 4월(1.25%→1.5%)과 5월(1.5%→1.75%)에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린 뒤 7월에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금통위는 고(高)물가와 미 연준의 0.75%p 금리인상에 대응해 전례없는 빅스텝을 결정했다.

그래픽=이은현

금통위는 이번에도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역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6.0%로 치솟은 데 이어 7월에는 6.3%까지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6%를 넘은 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이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물가 정점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리나라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달 4.7%, 이달 4.3%를 기록하면서 2개월 연속 4%를 상회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인상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그간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과 장기화를 방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은 금통위 직후 배포한 통화정책결정문에서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 연준의 긴축 행보도 금통위가 4회 연속 금리를 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지난 6월과 7월에 연속으로 밟았다. 이에 따라 연준의 정책금리 목표 범위가 2.25~2.5%가 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우리나라 금리 상단(2.25%)보다 높아지는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했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하면서 금리 수준이 다시 같아졌다.

한·미 금리가 뒤집히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통위 입장에서는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폭을 최대한 좁히기 위해 이번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시장 전문가 91%는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