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회의 테이블이 꽉 들어찬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장이었다. 지난 5월 임지원 전 금통위원이 퇴임한 뒤 1명 공석인 채로 운영되던 금통위가 신성환 신임 금통위원의 임명으로 ‘7인 완전체’를 이루면서다. 25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는 신 금통위원이 처음 참석하는 기준금리 결정 자리다.

회의 시작 3분 전인 오전 8시 57분쯤 이들 금통위원들은 거의 동시에 회의장에 입장했다. ‘데뷔전’을 치르는 신 위원은 다소 낯선듯한 표정을 띠며 취재진에 가볍게 목례하기도 했다. 신 신임 위원과 옆자리에 위치한 이승헌 금통위원은 자리에 앉아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많이 오셨네”라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화기애애한 금통위원들 테이블 뒤로 이날 회의 자리에 미리 배석한 국장급 인사들 사이에서는 다소 심각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금통위 의결문 초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 등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내놓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8·9월 물가가 더 뛸 것이라는 전망과 경제 하방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시장의 우려를 엿보는 듯 했다.

이달로 벌써 세 번째 기준금리 회의에 참석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선 회의들 때보다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오전 8시 58분쯤에 회의장에 들어선 이 총재는 이날도 특유의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연한 남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 그는 본격 회의 시작 전 의사봉을 두드리는 사진을 찍으며 “이번에 올리는 금리는 가짜입니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좀 이따 기자회견장에서 뵙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한은은 이날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조선비즈가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 한국은행이 이달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p)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언급한 만큼, 이달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의견이다.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4회 연속 인상인데, 이는 1999년 한은의 기준금리(금리목표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금통위에서 함께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선 전문가 10명 중 6명은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5%대로 올려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상반기 견조했던 성장률에 힘입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5~2.6% 수준 정도로 소폭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