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을 24년 만에 최고치인 5.2%로 전망하면서도,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준금리 연 2.50%로 한은 사상 처음 4회 연속 인상 결정과 함께 물가 전망도 5%대로 높여 잡았으나,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을 네 번이나 언급한 것이다. 꺾일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앞으로 경제 성장 흐름도 더욱 신경쓰겠다는 통화 정책 방향이 엿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포인트(p) 올리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공개했다. 의결문에 따르면 ‘경기 하방 위험’이란 문구는 총 4번 언급됐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 선진국의 정책금리 큰 폭 인상 등으로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다”, “국내 경제는 소비가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주요국의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둔화되는 등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 “국내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등으로 언급하면서다.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까지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으로 보인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과 기대 인플레이션 등 고물가 상황 고착화에 대응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998년(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2%로 올려 잡았다. 기존 전망치인 4.5%에 비해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통화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는 본격적으로 경기 침체 리스크를 고려한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의결문 마지막 문장을 통해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의결문에서 언급된 고려 요인인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에서 변수가 추가된 것이다. 경제 불확실 요소가 늘어났다는 진단과 함께, 앞으로는 경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소폭 내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