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 같은 물가 상승의 부담을 어떤 계층이 더 짊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통계청이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소득 분위별, 가구원 수별, 나이대별 등 가구 특성에 따른 물가 영향 분석 작업이다. 2019년에서 2021년까지 최근 3년 간 가구 특성별 연간 물가 흐름이 분석 대상이다.

이 같은 세분화된 물가 영향 통계는 통계청이 지난 2017년 1인가구와 노인 가구에 대한 분석을 했던 이후 5년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소득별 물가 통계는 올해가 처음이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고, 가구 특성을 구분할 수 있는 기반 통계인 '가계동향조사'가 2019년부터 안정된 것도 추진 배경이다. 통계청은 오는 10월쯤 분석을 마치고 내부 검토를 거쳐 올 연말 이를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동향 통계에서 함께 공개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농산물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18일 통계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통계청은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최근 상황을 반영한 가구 특성별로 세분화된 물가 통계 발표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가령 소득 분위 1~5분위 가구를 비롯해 1인 가구, 4인 가구, 고령 가구 등 다양한 가구 특성별 연간 물가 지수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사치품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면 소득 분위 5분위가 더 물가 부담을, 식료품 등 필수재 물가가 더 올랐다면 소득 분위가 더 낮은 가구가 물가 부담을 더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경향성을 소득 분위별 체감 물가 지수를 산출해 확인해보는 것이고, 정책적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부 통계는 통계청이 지난 2017년에는 가구 특성별 연도별, 지출 목적 대분류별 물가지수 및 등락률에 대한 통계를 작성해 공표한지 5년만이다. 당시에는 1인가구의 체감 물가 상승률은 1.7%, 고령자가구는 1.8%로, 전체 가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특성별 소비지출액 비중은 1인 가구는 주택, 수도, 전기, 연료, 음식, 숙박, 식료품, 비주류음료 순으로 높았다. 고령자 가구는 식료품, 비주류음료, 주택, 수도, 전기, 연료, 보건 순으로 지출액 비중이 높았다.

통계청은 현재 가계동향조사 자료의 작성대상 가구의 소비지출항목별 지출액을 기초자료로 최근 3년치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분석하고 있다. 1인 가구, 고령자 가구의 소비지출액 가중치를 산정해 소비자물가 품목지수를 가중 산술평균하는 가중치 조정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6%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이 나타나면서 보다 세분화된 물가 지수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판단해 비슷한 지표를 다시 산출해보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총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물가 상승 체감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현실 반영도가 적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가구 특성별로 세분화해서 이를 파악하면 물가 현실을 더 현실성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소득, 지출이 각기 발표돼 시차가 있었던 가계동향조사 통계가 2019년치부터 통합된 것도 이번 소득분위별 물가 통계 산출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누더기 통계'로 입방아에 올랐던 가계동향조사의 3개년치 자료가 축적되면서, 시계열 연결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당초 통계청은 원래 폐지하기로 했던 가계동향 조사를 2017년 소득과 지출을 분리해 되살렸다. 이후 2018년 표본 논란이 일자 2020년(2019년 통계)부터는 다시 소득과 지출을 같은 표본에서 함께 조사하는 것으로 조사 방식을 변경했다. 이 때문에 가계의 소득과 지출 실태를 보여주는 가계동향 조사 시계열은 두 차례 단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