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모든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한 달간의 집중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과제 50건을 도출했다. 특히 정부는 규제 불확실성에 가로막혀 투자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 프로젝트 3건에 관한 규제를 즉시 풀기로 했다. 이를 통해 1조600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중소기업 금융 지원 확대, 외국인 전문인력 네거티브 비자 신설, 국가핵심기술 수출 신고 간소화, 드론 안전성 검사 기간 단축, 산업단지 업종특례지구 요건 완화 등 총 6개 분야에서 규제혁신 과제도 발굴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단기간에 규제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6개 분야 50개 과제를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부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팀장을 역임하는 민간 중심 협의체를 꾸려 경제 분야 핵심 규제혁신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정부는 규제 관련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예컨대 현행 한국산업표준(KS) 등의 안전성 기준은 작업 안전과 관련성이 낮은 전자파·전기연결상태 등 다수의 복잡한 요건 충족을 요구한다. 이에 경제 규제혁신 TF는 조선소 등에서 사용하는 협동로봇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작업 안전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 규제 개선이 이뤄질 경우 조선소 스마트야드 건설을 위한 현대중공업의 3200억원 규모 투자 집행이 앞당겨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 시설은 업종코드를 명확히 한다. 업종코드가 분명하지 않아 관련 시설의 산업단지 입주가 어려운 상황을 풀어주려는 취지다. TF는 관련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달 말 업종코드에 대한 적극적 해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 LG화학(051910)은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입주 인허가 승인을 받았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중 연산 2만톤(t) 규모의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4년 1분기까지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LG화학 공장 건설로 생기는 투자 효과는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음식물쓰레기 봉투 등 기존 재활용 체계로 회수가 어려운 제품군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12월에 만든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집중 활용분야 선정 기준과 적용대상 제품군에 대한 의무 사용 규정 등을 마련해 관련 산업의 안정적 육성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활용 분야가 뚜렷해지면 롯데케미칼(011170)이 2030년까지 생분해 플라스틱 시설에 1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순항하게 된다.

TF는 총 1조6000억원 상당의 민간투자가 기대되는 이들 3건의 현장 프로젝트 규제 개선뿐 아니라 추가 투자를 일으킬 신산업, 환경, 입지, 보건·의료, 금융까지 총 6개 분야에 대해서도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의 입찰 제한 중복 제재를 풀어주고 신용보증기금 보증 제한을 완화하는 과제, 모빌리티·친환경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시장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과제, 전문 해외 인력에 대한 네거티브 비자 신설 과제, 유출 가능성이 낮은 국가핵심기술 수출 신고의 간소화 과제, 의료서비스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과제, 자율주행로봇의 실외 인도(人道) 주행 허용 과제, 드론 안전성 검사 기간 단축 과제, 기업 산단·항만배후단지 입주 요건 완화 과제 등이 담겼다.

TF는 이들 과제가 국무조정실 규제심의위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제규제심의기구의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TF는 7개 작업반을 통해 50개 규제 개선 과제 추진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추가 과제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다음 경제 규제혁신 TF는 8월 말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