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멜라흐에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야적장에 석탄이 쌓여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으로 가동이 정지된 멜라흐 석탄 화력발전소는 정부가 최근 러시아산 천연가스 부족을 이유로 가동 재개를 결정하면서 2년 만에 부활했다. /연합뉴스·AFP

윤석열 정부가 5일 발표한 에너지정책방향에선 석탄발전 감축에 신중한 모습을 견지하고 있는 게 눈길을 끈다. 탄소저감이라는 국가 목표를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석탄 발전을 줄이겠다는 방향성은 유지하지만 급격한 감축으로 에너지 공급난이 발생하는 것은 지양하겠다는 현실론적 접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에너지정책방향에서 석탄 발전에 대해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노후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석탄 발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새정부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폐기할 것”이라며 과감한 감축 노선을 제시했던 것과 온도차가 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석탄발전은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계절관리제도 등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논란이 있었다”면서 “기후문제 차원에서 국내에서도 줄이자고 했던 건데,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다른 나라들도 당장 겨울을 걱정하면서 석탄 발전을 다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에너지정책방향 보고서에서도 탄소배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전력공급 안정성을 위해 최근 해외에서도 석탄 발전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최근 석탄발전 가동시간 제한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가동중단한 석탄 발전 재가동을 검토 중이며,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축소에 대비해 예비 석탄발전기의 재가동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설명을 들으며 원자로 상부 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신속하게 늘리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실현가능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가용 재원과 주민수용성을 토대로 재생에너지의 질서있는 보급을 추진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생각이다.

이 같은 정책엔 문재인 정부가 무리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우고 산과 평야, 저수지 등에 태양열 발전시설을 마구잡이로 설치해 자연 경관이 훼손되는 등 ‘재생에너지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된 역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산업단지의 공장이나 창고의 지붕, 용·배수로, 고속도로 잔여지 등 수용성이 양호하고 경관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유휴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석탄 발전과 LNG 발전 비중 목표 등은 4분기 중 수립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박 차관은 “지금보다 원전 발전 비중은 늘어날 게 확실시 되지만, 석탄과 가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확정된 게 없다”면서 “세심하게 검토해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