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로 한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내부적으로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인수위가 요구한 4월 중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부과 시행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다음달 10일 새정부 출범과 즉시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배제에 뒤이은 두 번째 세제 정상화 대상이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 개정이 필요없는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는 이유에서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 산정 기준으로 활용되는 공정가액비율은 공시가격을 2030년 시세대비 90%까지 맞추는 방향으로 매년 인상되고 있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구상을 백지화하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시각이다.

◇과세 기준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 검토...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

11일 인수위와 기재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부동산TF를 중심으로 인수위와 부동산세 부담완화 대책을 협의하고 있고 있다. 현재 인수위는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는 부동산TF를 두고 있지만, 부동산 세제 분야의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별도의 조직을 두겠다는 목표다. 이 조직에서는 기재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는 7월까지 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위한 여러 정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오는 5월 초 국정과제 발표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기재부는 새 정부가 들어서는 5월 종부세와 양도세 개편 작업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그 첫번째 작업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올해 주택 공시가격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내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전국 공시가격이 폭등하는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만큼 이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과세기준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재조정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세제 개혁 우선 과제로 등장한 배경은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별도의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방세법은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주택 기준으로 40~80%, 종부세법은 60~100%까지 해당 법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각각 60%, 100%이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0억원이라면 재산세의 경우 60%를 적용해 6억원이 과세표준이 되고, 종부세는 100%를 적용해 공시가격 10억원 전체가 과세표준이 된다. 이에 인수위는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각각 최저치인 40%, 60%까지 낮출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세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기재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나설 방침이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제도는 2017년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 등 조정대상 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를 기본세율에 각각 가산하는 방식이다. 대통령령으로 수정이 가능한 만큼, 이미 인수위는 현 정부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다. 만약 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5월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유예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인수위는 기재부와 부동산 세제 정상화TF와 함께, 중과세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이 밖에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통합 ▲납부이연 허용 ▲보유주택 호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 ▲1주택자 취득세 세율 단순화 등에 대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새 정부에서 검토한 뒤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는 이러한 부동산 세부담 완화방안을 오는 5월 초 국정과제 발표에서 발표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대부분 공약, 법령 개정 필요... 세법개정으로 단계적 추진 ‘무게’

다만, 기재부는 이외 법령 개정으로 가능한 공약들에 대해서는 단계적인 추진을 고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급격한 세제 개편은 세입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추경 추진에 있어, 적자 국채 발행 최소화를 목표로 세운 만큼, 활용할 수 있는 재원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기재부의 ‘2021 회계연도 총세입 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총 국세는 344조782억원으로 본예산(282조8174억원) 대비 61조2608억원(21.6%) 늘어났다. 지난해 주택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합친 보유세는 약 11조원 규모다. 전체 국세의 18% 수준이다. 여기에 양도세 등을 감안하면 세수는 더 커질 수 있다.

또 기재부는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폐지되거나 재산세로 통합해 과세될 경우 지방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선인의 공약 가운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동결하는 조치 내용은 시행령을 바꾸면 되지만, 나머지 공약들은 법령 개정 사항”이라며 “세수 등 여러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단계적인 부동산 세제 정상화가 현실성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