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올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매길 때 1년 전보다 17.22% 오른 올해 공시가격 대신, 상승 전 가격을 적용해 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택 공시가격은 보유세의 과표이자 건강보험료 책정,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등 각종 세금과 복지의 기준이다. 또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의 60세 이상 고령자는 양도·증여·상속 등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해 전국 공시가격이 19.05% 올랐고, 이에 따라 보유세도 급증했다. 당시 ‘집 값은 못 잡으면서 세금만 올리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유세가 급증할 경우 쏟아질 비판 여론을 의식한 더불어민주당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부동산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정부가 이제와서 여당의 선거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은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1세대 1주택자 부담 완화 방안을 공개했다. 부담 완화 방안은 올해 6월 1일 기준 1세대 1주택자는 올해 재산세‧종부세 과표를 산정할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같거나 낮은 경우 올해 가격을 적용한다. 사실상 올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취지다.

종부세 관련 과표 동결 효과와 가격 구간별 보유세 모의 분석./국토부

◇종부세 세액, 1년 전 기준 적용하면 4162억→2417억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새로이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뻔 했던 6만9000여명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21만4000명이 될 뻔했던 1세대 1주택자 과세 인원은 지난해 수준인 14만5000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세대 1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총 세액도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했을 경우인 4162억원보다 1745억원 적은 2417억원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지난해 종부세 총세액은 2295억원이었다.

가령,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지난해 공시가격 11억원짜리 집은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이 13억원까지 올랐어도 올해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 대신 작년 공시가격 11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도 올해 6월 1일 전 주택을 팔아 1세대 1주택자일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과세된다. 가령, 공시가격 10억원 짜리 주택 한 채와 15억원 짜리 주택 한 채, 총 두채를 지난해 보유했던 2주택자는 지난해에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었다. 올해 들어 10억원 짜리 집이 12억원으로 공시 가격이 올랐고, 나머지 한 채는 팔았다고 가정해본다면. 작년 공시가격인 10억원 짜리 집 한채만 소유한 것으로 적용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산세도 올해가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동결된다. 정부는 “전체 주택의 93.1%에 해당하는 지난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중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올해 재산세가 2020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주택자 여부와 상관없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저가주택은 올해 재산세 증가분이 최대 5%로 제한된다. 60세 이상 1주택자면서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내야하는 종부세가 1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양도·증여·상속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2022년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과세 예상 인원 및 세액./국토부

◇지역가입자 건보료 재산공제액 5000만원으로 확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때 활용되는 과표도 재산세 과표가 지난해 기준으로 동결되는 것에 맞춰 동결된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는 재산세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또 재산 규모에 따라 500만~1350만원으로 나눠져 있었던 공제 기준을 일괄 5000만원 공제로 확대한다. 무주택‧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실거주 목적의 전세, 월세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금융부채도 추가로 공제해준다.

정부는 지역가입자의 평균 월보험료가 11만3000원에서 올해 9만2000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 완화방안에 따라 재산세 과표동결 시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한 피부양자 탈락자는 줄어들 것”이라며 “2단계 부과체계 개편 등으로 인한 피부양자격 탈락자에 대해서는 신규 보험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건보료 피부양자 제외 요건은 재산세 과표금액 기준 3억6000만원(공시가격 6억원) 초과 9억원(공시가격 15억원) 이하이면서 연 소득 1000만원을 초과하거나, 과표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기초연금은 올해 대상자 선정 기준액(소득+재산)을 상향 조정해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 기준액은 단독세대의 경우 지난해 169만원에서 올해 180만원으로, 부부의 경우 270만원에서 288만원으로 올렸다. 생계 곤란 병역 감면 재산액 기준도 공시가격 변동을 반영해 전년(7850만원) 대비 지난해 전국 공시지가 변동률인 9.95% 상향(8630만원)했다.

지난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해 전국 공시가격이 19.05% 올랐고, 이에 따라 보유세도 급증했다. 당시 ‘집 값은 못 잡고 세금만 더 걷어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작년처럼 보유세가 급증할 경우 돌아설 여론을 의식한 더불어민주당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부동산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지금까지 공시가격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정부가 뒤늦게 여당의 선거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듯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지난 12월 23일 표준부동산 가격 열람 시 제시한 원칙을 고려해 마련한 것”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회 등과 지속 소통하면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