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좌우하게 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인수위원에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현 농협대 총장)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관은 경제 1분과의 팀장 역할을 맡는 간사에 내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거시 경제에 대한 안목이 깊고 경제·금융정책을 다뤄본 경험이 많은 최 전 차관과 윤석열 당선인의 경제공약 수립에 깊숙히 참여한 김 교수가 차기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호흡을 맞추는 구도가 형성됐다. 최 전 차관과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첫 정부 구성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인수위원회와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주 중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이번 주중 출범시킬 예정이다. 인수위가 조속히 출범해야 새 정부 조직과 대통령실을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인수위원 24명에 대한 검증에 돌입한 상태다. 세평(世評) 수집 등 인사 검증 역할하는 경찰 인력이 인수위에 이미 파견된 상태다.

최상목 농협대 총장(전 기획재정부 1차관) /조선DB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거시·금융·조세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경제 1분과 인수위원에 최 전 차관과 김 교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제관료들은 “정권 교체 효과가 체감된다”면서 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을 떠났던 최 전 차관이 경제정책 일선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 전 차관은 1963년 서울생으로 오산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전 차관은 거시·금융 정책 분야에서 엘리트 보직을 거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에서 증권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을 지냈다. 증권제도과장 시절 증권거래법 등 관련법을 통합한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기획했다. 행시 29회 동기 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과장 직위를 거의 거치지 못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는 대조적인 이력을 쌓았다.

이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해 생긴 기획재정부에서 장관 비서실장, 미래전략정책관을 거쳐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업무를 맡았다. 이후 정책조정국으로 기재부에 북귀했고, 최장수 경제정책국장 재임 기록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한 뒤 2016년 기재부 1차관이 됐다.

최 전 차관이 정부 인수위원회를 통해 공직에 복귀하는 것 만으로 기재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는 합리적이고 빠른 업무처리 등으로 기재부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여러 번 선정되는 등 선배는 물론 후배들로부터 신망도 두텁다.

특히 홍 부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현안 대응을 주로 해왔지만 경제부총리로 갖춰야 할 거시경제 안목과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구조 개혁 등 종합적인 안목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난제(難題) 해결은 이번 정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재부 한 간부는 “최 총장의 업무 능력은 기재부 내부에서 어느 누구도 왈가왈부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을 잘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특히 경제부총리로서 전체적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읽을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어, 미시나 거시적인 정책 모두 대응이 가능한 인물”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행시 29회 가운데서는 압도적으로 에이스라고 불렸던 사람”이라며 “금융, 국제금융, 종합정책, 거시를 비롯해 1차관으로 세제까지 경험했다. 윤 당선인이 대출규제 완화 등 금융정책 개편을 언급하고 주식 양도세 폐지와 가상자산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관련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9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캠프의 경제정책 담당을 맡은 서울대 경제학부 김소영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최 전 차관과 함께 경제 1분과 인수위원으로 일하게 된 김소영 교수에 대해서도 경제 관료들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사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히 각종 정책자문회의와 학회 컨퍼런스 등에서 김 교수와 접촉이 잦았던 한국은행 직원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한 팀장급 간부는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무엇보다고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김 교수가 정권 인수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을 헤아린 인사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