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에서 1.25%로 인상했다.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고 급증한 가계부채로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2개월 만에 코로나 대유행 직전 수준(1.25%)을 회복했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공급병목 현상 지속,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점이 이번 금리인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 경로를 상회해 상당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2%로 제시했는데, 두 달만에 2%대 중반으로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석유류제외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3%대 후반으로 높아졌다”면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2%대 초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후반대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올해 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근원인플레이션이란 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농축산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물가다. 근원물가가 올랐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물가 상승을 주도한 국제유가는 새해 들어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공급망 차질도 장기화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구간이라 한은도 물가안정 차원에서 1월 금리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재개되면서 소비측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재개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