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부동산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를 전국적으로 10% 이상 올린다.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10%대 인상이다. 표준주택 공시가도 7% 넘게 오른다. 토지·주택 소유자의 세금이 늘어나고 커진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 연합뉴스

◇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 10.16% 상승…서울 11.21%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54만 필지의 잠정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24만 호의 공시가에 대한 열람과 의견 청취를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정부가 전국 공시 대상 토지 3459만 필지 가운데 대표성을 가진 54만 필지를 추려 매기는 가격이다. 실무는 감정평가사가 하지만 총괄 관리는 국토부 장관이 한다. 표준주택 공시가는 전국 단독주택 414만 호 중 24만 호를 선정해 산출한다. 내년 초 표준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별토지와 개별주택의 공시가를 매긴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률은 평균 10.16%다. 올해(10.35%)보다는 인상 폭이 줄었으나 2년 연속 10%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국 공시지가 인상률은 2007년 12.40% 상승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비슷한 흐름을 내년에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률이 11.21%로 가장 많이 올랐다. 세종(10.76%), 대구(10.56%), 부산(10.40%) 등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다만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개 지역의 인상 폭이 올해보다 감소했다. 경기(9.74%→9.85%), 충남(7.25%→8.17%), 경남(7.73%→7.83%), 울산(7.51%→7.76%), 제주(8.33%→9.85%) 등 5개 지역의 공시지가는 올해보다 인상 폭이 커졌다.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낮은 인천도 7%가 넘는 인상률(7.44%)을 보였다.

토지 이용 상황별로 보면 주거용이 가장 큰 폭인 10.89% 올랐다. 상업용(9.60%), 농경지(9.32%), 공업용(8.33%), 임야(7.99%)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주거·상업·임야 인상 폭은 올해보다 둔화했고, 농경지·공업은 올해보다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 표준주택 공시가 사상 두 번째 높은 7.36% 인상

내년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 인상률은 평균 7.36%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9.13%를 기록한 2019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9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공시가격 상승률이다. 또 2020년(4.47%)과 2021년(6.80%)에 이어 3년째 인상 폭을 확대했다.

특히 표준주택의 경우 광주·세종·전남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도의 공시가 인상률이 올해보다 확대됐다. 서울이 10.56%로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뒤를 부산(8.96%), 제주(8.15%), 대구(7.53%) 등이 따랐다. 가장 적게 오른 지역은 충남(1.98%)이다. 경북(3.16%)과 경남(3.17%)도 3%대 초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각각 2.71%·1.6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오른 셈이다. 제주 역시 올해 4.62%에서 내년 8.15%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고가주택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시가격 9억원 미만 주택은 올해보다 공시가격이 5.1% 오르지만, 9억~15억원과 15억원 이상 주택 공시가격은 각각 10.3%, 12.2% 오른다. 내년 표준주택 중 1세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대상(공시가격 11억원 이하)과 재산세 감면 대상(공시가격 9억원 이하) 비율은 각각 98.5%, 97.8%다.

한 시민이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 세 부담 늘 수밖에 없어…“현실화 예정대로 추진”

이처럼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건 올해 부동산 시장이 급등했고,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토부는 “2030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올해 68.4%에서 내년 71.4%로 높아진다. 표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같은 기간 55.8%에서 57.9%로 상승한다.

국토부는 내년 1월 11일까지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 안에 대한 소유자와 지자체의 의견을 받는다. 이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거쳐 1월 25일쯤 공시가격을 확정할 예정이다. 공시가격은 아파트를 비롯한 모든 주택·상가·건물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2021년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이하(전체 96.9%) 1세대 1주택에 대해 특례세율을 적용(가격 구간별 0.05%P 감면)해 부담을 완화했다”고 했다. 국토부는 “특히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전체 93.1%)은 2020년 대비 재산세가 줄었다”며 “2억~4억원 주택은 10~16% 감소, 5억~6억원 주택은 8~9% 감소했다”고 했다.

정부는 2022년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1세대 1주택자의 부담 완화 방안을 내년 3월 말까지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적정 가치를 반영하고, 부동산 유형별・가격대별 균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