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등 우리나라 양대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적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는 가운데, 9일 ‘디지털 공정경제’라는 화두를 처음 제시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공정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발탁된 조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공정거래 규범 확립이라는 이슈를 제기했다. 이후 플랫폼 공룡으로 떠오른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며 제재 칼날을 꺼내들었다.

이 같은 행보로 조 위원장은 재벌 저격수로 널리 알려진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김상조 전 위원장과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뿐 만 아니라 공정위 출범 40년 만에 숙원 사업이었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국내 대기업 집단 규제에도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교수 출신으로 행정부처를 이끄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2년 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최근 ‘낮술 국장 직원 폭행’ 사건 등 조직 기강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 것도 지난 2년 간 업적의 어두운 이면으로 지목된다.

<YONHAP PHOTO-4057> 축사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식 가맹사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 체결식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1.6.25 superdoo82@yna.co.kr/2021-06-25 14:49:2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네이버·쿠팡·구글 등 겨냥…'플랫폼 저승사자’로 차별화

이날 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9일 취임한 조성욱 위원장은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취임 당시만 해도 전임 김상조 전 위원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라는 이유로 ‘김상조 아바타’라는 우려를 받았던 조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디지털 공정경제’라는 화두를 꺼내며 차별된 목소리를 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산업조직론 전공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적 소명감으로 빅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선도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에 지난 2019년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 특별전담팀을 설치하고 신산업 분야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강화했다. 전담팀 내에서는 플랫폼 내에서의 갑을관계, 소비자피해, 독과점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하는데 속도를 높였다. 이같은 노력은 지난 1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입점 업체 등에 갑(甲)질(거래 우월자 지위 남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을 국회에 제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조 위원장의 뜻에 따라 조직의 역량이 플랫폼 사건에 집중되면서 공정위는 지난해 네이버에 검색 조작 등 혐의로 2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애플에도 자진시정 절차인 동의의결을 통해 천억원대 상생기금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온라인 유통업체인 쿠팡이 대기업 제조업체에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판단하며 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대응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한 규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당인 민주당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규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카카오 성공 신화 이면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말했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등 성과 거둬

공정위 숙원사업이었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문 턱을 넘은 것도 조 위원장의 성과로 꼽힌다. 연말 시행을 앞둔 개정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대폭 강화해 과징금을 2배로 상향하고, 신규 지주회사의 경우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이 상향되는 등 지배구조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폐지를 앞두고 있었던 전속고발제 역시 지켜냈다.

올해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일감개방’ 제도를 도입해 단체급식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양한 업종의 가맹본부들이 일방적으로 가맹점 계약 파기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내용의 ‘가맹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 개정은 우리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외에도 갑을문제, 하도급, 가맹·대리점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개선 정도가 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온플법·전상법 난항…조직 장악 등 리더십 한계 지적

취임 이후 많은 성과를 거뒀으나 ‘아쉬움’도 남는다. 온플법이 플랫폼 규제에 대한 정부 단일법으로 국회에 상정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를 소관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견제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법(전상법) 개정안도 국회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온플법은 방통위와 권한다툼으로 번져 ‘중복규제’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비대면전자거래를 규제하고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업계 반대에 부딪혀 정부안이 아닌 의원입법안으로 우회 통과를 노리고 있다.

두 법안의 통과가 난항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교수 출신 조 위원장의 정무적 감각과 리더십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온플법을 두고 여권 정치인 출신들이 장악한 방통위의 국회 발언력이 더 강한 것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편에서는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리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경쟁당국 수장으로 플랫폼 반(反)독점을 잡겠다며 종횡무진 횡보를 보이고 있는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과 조 위원장을 비교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한국과 같이 구글이나 애플 등 오픈 앱마켓 사업자의 금지행위 등을 담은 ‘오픈앱마켓법’이 발의됐는데, 그 집행 권한을 FTC가 가지는 등 플랫폼 규제에 있어 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구글방지법’이 전세계에서 최초로 한국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해당 법안 관할이 방통위 소관인 한국과는 비교가 된다.

직원들과의 소통 등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내부 불만도 감지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부처 내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득세하는 현상이 공정위에서는 유독 더 심하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김상조 전 위원장에 이어 조성욱 위원장까지 공정위 역사상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연이어 위원장을 물려받으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공정위 국장급 간부가 업무시간 중 낮술을 하고 부하 직원과 몸싸움을 벌여 논란이 되면서 조성욱 위원장의 리더십에 또 생채기가 났다. 정권 말 공직기강 해이 문제를 최초로 맞닥뜨린 조직의 수장이 된 셈이다. 이로 인해 관가 내부에서는 정권 말 교체설이 나오는 등 책임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 위원장이 소통 강화를 통해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