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180원을 넘어서면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지속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겹친 결과다.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4원 오른 1179.6원에 마감했다. 이날 0.3원 오른 1176.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하락세로 전환했다가 오전 10시 이후 가파르게 치솟아 장중 연고점인 1181.1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오후 2시쯤 다시 1180원 아래로 떨어져 1179원선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4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급등한 배경으로는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 동결 행보가 꼽힌다. 이날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가 같은 3.85%로 16개월 연속 동결했다. 투자자 예상을 벗어난 동결 소식에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상승 전환했고, 이런 흐름에 연동해 원화는 약세를 보였다.

최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과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사 등도 이날까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 8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연준이 오는 9월 테이퍼링을 공식화하고, 이르면 11~12월부터 돈줄을 조이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면서 환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원·달러 환율 일시적으로 1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테이퍼링 시작하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게 된다”며 “반도체 논란도 아직 진행 중이라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 달간 환율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