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6개 분기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 전환했다. 지난해 5월 전국민에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기저 효과로 공적이전소득이 급감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전소득을 제외한 경상소득 가운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증가했음에도, 전체 소득이 감소 전환한 것이다. 가계 소득에서 정부 지원금의 의존도가 높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가 자생적인 경제 활동을 통한 소득보다 정부 지원을 통한 소득 보전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것이다.

전체 가계 소득이 감소했지만, 소득상위 20%인 5분위 계층 소득은 증가하면서 소득분배지표인 소득 5분위배율은 5.59배로 지난해 2분기(5.03배)보다 악화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고소득 연봉 생활자와 영세 소상공인 등 경제 취약계층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현상인 ‘코로나 양극화’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는 코로나19 4차 대확산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오는 3분기에는 7월부터 이어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영향을 받아 가계 소득이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통계청

◇소득 상위 20% 빼고 전체 가계 소득 줄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8만 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다. 이는 2017년 2분기 0.5% 감소한 이후 16개 분기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기준년인 2015년에 물가를 고정시키고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같은 기간 3.0% 줄었다.

경상소득은 0.9% 줄었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 사업소득은 각각 6.5%, 3.6%씩 증가했다. 이전소득은 28.6% 감소했는데, 공적이전소득은 37.1% 감소했고 사적이전소득은 1.1% 증가했다. 공적이전소득의 큰 폭 감소는 지난해 5월 지급된 전국민 재난지원금 기저효과의 영향이다. 기획재정부는 “공적이전소득은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등 정부지원이 있었으나, 작년 2분기 전국민재난지원금 등 대규모 정책지원이 집중돼 공적이전소득이 이례적으로 113.7% 늘어 올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올해 2분기 고용 호조와 자영업 업황 개선으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증가하는 등, 시장은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5월 지급된 전국민재난지원금의 기저효과가 작용해 하위 소득 분위에서 공적이전소득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구 소득 증감률 추이./ 통계청

소득 상위 20% 가계인 5분위를 뺀 1~4분위에서 모두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5분위 가계의 소득은 전년 동월 대비 1.4% 늘었는데,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6.3% 줄었다. 고소득 연봉자가 많이 분포한 5분위의 경우 임금과 상여금 상승의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4.8%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3분위는 사업소득이 12.7% 감소했는데, 자영업자 가구의 비중이 감소한 영향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득 격차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국장은 “공적이전소득이 43% 감소했음에도 5분위 가계의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며 “임대소득과 재산소득, 사업소득도 전부 증가했는데 특히 재산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계가 소비에 쓸 수 있는 금액 통계 개편 후 첫 감소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7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실질소비지출은 1.3% 증가했다. 품목별로 식료품·비주류음료(2.0%), 주거‧수도‧광열(7.8%), 보건(10.6%), 오락‧문화(4.1%), 교육(31.1%), 음식‧숙박(3.3%) 등은 증가했다.

지출이 늘어난 일부 품목은 장바구니 물가와 원유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품목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닌, 가격이 올라서 지출이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식료품의 경우 국제곡물가격 및 육류, 달걀 등 일부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빵 및 떡류(8.4%), 육류(3.8%), 유제품 및 알(7.3%) 지출이 늘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운송기구연료비 지출도 15.8% 증가했다.

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통계청

가계가 각종 세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소비에 쓰는 비용이 아닌 ‘비소비지출’의 경우, 월평균 8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경상적인 소득에 부과되는 소득세 및 재산세, 자동차세 등 경상조세가 14.3%, 사회보험료가 9.1% 증가했다. 양도소득세, 퇴직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자동차 취등록세, 과태료 등 비경상조세가 26.9% 감소했다.

명목소득에서 소비와 무관한 비소비지출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인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45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가계동향조사 통계 개편이 있었던 2020년 이후 처분가능소득이 올해 2분기 들어 처음 감소로 전환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1.7%로 전년동분기대비 3.9%P 상승했다.

3분기에는 2분기보다 가계 수지와 전반적인 소득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국장은 “이번 분기는 코로나19 4차 확산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기 이전 결과”라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은 다음 분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