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응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통화정책 완화로 중국 위안화가 절하되면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중국 통화정책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데다 금융 부문의 연계성도 점차 강화되고 있어 중국 통화정책 변화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인민은행 청사 전경.

한국은행은 중국 통화정책 변화가 대중 수출, 무역수지 등 우리나라 교역변수(무역경로)와 이자율, 주가, 물가 등 금융변수(금융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무역경로 중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중간재를 활용해 최종재를 만들어 선진국에 수출하는 ‘수직적 무역통합’ 경로를 통해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 충격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통화정책 완화→위안화 절하→중국의 대선진국 수출 증가→한국 대중 중간재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2%로 큰 편이다.

반면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우리 대중 수출이 감소하는 ‘지출전환경로’는 유의성이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이는 원화·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으로 위안화 대비 원화 절상 정도가 크지 않은 데다, 수직적 무역통합 경로에 의한 중간재 수출 증가 효과가 지출전환에 따른 최종재 수출 감소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또 중국 통화정책 완화로 중국의 수입 수요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 최종재 수출이 증가하는 ‘소득수요경로’ 역시 효과가 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 비중이 중간재에 집중된 탓에 최종재 수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조유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대중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가 포트폴리오 조정, 자산 가격과 원자재 가격 변동 등의 금융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금리 하락과 주가 및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중국 금리 인하로 위안화가 절하되고 중국 자산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중국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절상되고 수익률이 높은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위안화 절하에 더해 중국 자산에 대한 수익률 하락으로 중국에서 유출된 투자자금이 우리나라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면 국내 채권 수익률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금리 하락으로 기업들의 미래 수익에 대한 현재가치가 높아지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자산가격 경로가 작동한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나아가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중국의 원유 및 원자재 수요가 늘면 국제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져 우리나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의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중국의 외환·금융시장의 대외개방 의지도 확고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의 경기 변동과 투자자금 흐름 변화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