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혼인신고를 하는 부부에게 정부가 1인당 50만원씩 최대 100만원의 세금을 깎아준다. 나이와 소득 등과 관계없이 혼인 신고만 하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1주택을 보유한 부부가 결혼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이 된 경우 부여하는 특례 적용 기간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다.

기업으로부터 출산장려금을 받는 경우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근로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출산·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자녀세액공제 금액도 기존보다 10만원씩 상향한다. 8세 이상의 자녀가 있는 경우 첫째는 25만원, 둘째는 30만원, 셋째는 4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게 된다.

정부는 25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결혼과 출산, 양육을 지원하는 방안들을 발표했다.

대구 중구 대봉동 웨딩문화거리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결혼식. /뉴스1

◇ 무주택 배우자에도 청약저축 소득공제

올해부터 혼인 신고한 부부는 생애 1회에 한해 1인당 50만원씩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된다. 초혼이나 재혼 등도 모두 동일하게 혜택을 받는다. 최근 만혼과 비혼에 따른 혼인율 하락이 저출산 추세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마련한 정책이다. 우선 올해부터 2026년까지 혼인 신고한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정부는 결혼세액공제 효과 등을 분석해 일몰 연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올해 혼인 신고를 한 경우 내년 과세표준을 신고하거나 연말정산을 할 때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초혼 A(30세)씨와 미혼 B(28세)씨가 올해 3월 혼인신고를 한 경우 내년 연말정산에서 A씨와 B씨는 모두 50만원씩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결혼세액공제를 받은 적 없는 재혼 C(40세)씨와 재혼 D(35세)씨가 오는 2026년 7월에 혼인신고 하는 경우 2027년 연말 정산할 때 각각 50만원씩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결혼세액공제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1265억원이다. 결혼세액공제 적용 대상은 지난해 기준 38만7400명 수준이다.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적용되던 청약저축 소득공제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은 무주택 배우자까지 확대된다. 현재 무주택 세대주이면서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청약저축 납입액의 40%를 연 300만원까지 근로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청년 우대형 청약저축의 이자소득 비과세 대상도 무주택 배우자로까지 확대한다. 현재는 총급여액이 3600만원(종합소득 26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 세대주여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1가구 1주택을 각각 보유한 남녀가 혼인하면서 2주택을 보유하게 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1주택으로 간주해 적용하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 이 기간에 양도소득세는 12억원까지 비과세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기본공제 12억원과 더불어 고령·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그래픽=손민균

◇ 맞벌이 부부 ‘결혼 페널티’ 없앤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 지원금을 출산 후 2년 안에 지급하면 전액 비과세하기로 했다. 최대 2차례만 적용된다. 현재 6세 이하 자녀의 출산·양육 지원금을 연간 240만원 한도로 비과세하는데, 출산 장려를 위해 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해 추가 세 부담이 없도록 지원해 저출생 극복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기업이 출산 지원금으로 연봉 5000만원 수준의 직원에게 1억원을 지급할 경우 근로자는 1억5000만원에 대한 소득세 약 2440만원을 내야 하는데, 1억원이 비과세될 경우 260만원만 내면 된다. 자녀 출산 이후 1억원이 전액 비과세되면서 약 2180만원의 세 부담을 줄이는 셈이다. 다만, 기업 출산 지원금을 조세회피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주 또는 지배주주의 친족에게 지급하는 경우는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출산 지원금을 이미 지급한 기업도 자녀의 출생일이 2021년 1월 1일 이후인 경우 소급 적용한다. 정부는 출산 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자녀세액공제 금액도 확대한다. 만 8세 이상 20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기존 자녀세액공제 금액에서 각 10만원씩 상향해 첫째 25만원, 둘째 30만원, 셋째 40만원까지 적용된다.

자녀가 3명 있는 E씨가 작년에 자녀세액공제를 적용받아 30만원의 소득세를 납부했고, 올해도 작년과 동일한 소득을 벌었다면 올해 최종 납부 세액은 0원이 된다. 1명당 10만원씩 자녀세액공제 금액이 상향되면서 총 30만원의 세 부담 경감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맞벌이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뉴스1

결혼으로 인해 근로장려금 수급에 불리함이 없도록 맞벌이 부부의 소득 기준을 3800만원 이하에서 4400만원 이하로 상향한다. 단독 가구의 소득 기준(2200만원 이하)에 비해 맞벌이 부부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 상한을 600만원 높일 경우, 근로장려금을 받게 되는 인원은 20만7000명에서 25만7000명으로 5만명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원 금액 규모도 31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증가한다.

또 정부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끊긴 여성과 남성의 재취업을 돕는다. 정부는 경력 단절자를 채용하는 회사에 세제지원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경력 단절자 요건을 남성까지 확대한다. 동일 업종 취업 요건도 폐지한다. 예를 들어 출산 전 의류 회사에서 근무했다가 출산 이후 신발 회사로 재취업 시 지원이 불가했던 기준을 없애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주택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공 매입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합산배제한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춰 ‘반값 아파트’로도 불린다. 지난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 법인의 종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을 책임지는 LH의 세금 부담도 덩달아 커지자 내린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