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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최고세율이 50%(30억원 초과)에서 40%(10억원 초과)로 내려간다. 상속세 자녀공제금액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로 늘어난다. 기업인들에 세부담을 안겨주던 최대주주 보유주식 20% 할증평가 제도는 폐지한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밸류업’ 우수 기업과 R&D와 투자를 늘린 ‘스케일업’ 우수기업,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대해선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대폭 상향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상속세 부담 완화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인은 최고 상속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로, 중산층은 자녀 공제 확대로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민균

◇ 10배 오른 자녀공제액… 다자녀 상속인, 감세 효과 커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증여세율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했다. 세율 10%가 적용되는 하위 과표 구간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최저 과세표준이 1억원 인상되면서 세율 2단계부터 적용되는 누진공제액은 각 구간별로 1000만원이 증가한다.

자녀 공제 금액도 자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와 자산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과도한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율 및 과표, 공제 금액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상속세는 상속재산에서 배우자 공제와 ‘기초+자녀’ 공제(일괄공제)를 뺀 과표구간에 세율을 매긴 뒤 누진공제액을 빼는 방식으로 세액을 산출한다. 배우자 공제는 법정상속분 범위 내에서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30억원 한도)을 제외한다. 만약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이 없거나 5억원 미만일 경우 기본적으로 5억원을 공제한다.

기초 및 자녀 공제는 현재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 공제(1인당 5000만원) 등 합계액이 5억원을 넘지 않으면, 일괄공제 5억원이 적용된다. 자녀가 8명 이상일 경우 일괄공제보다 많은 금액을 공제 받을 수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부분 일괄공제 5억원이 적용되는 실정이다.

개정안은 자녀가 1명인 경우,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 5억원이 합산돼 공제액이 현행 제도 대비 2억원 증가한다. 공제액은 자녀가 2명이면 12억원, 3명이면 17억원까지 늘어난다.

자녀 숫자에 따라 상속세액은 얼마나 변화할까. 상속인의 재산이 25억원, 피상속인이 배우자 1명, 자녀 1명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현행 세법은 배우자 공제 5억원(가정치)+일괄공제 5억원 총 10억원이 공제돼 15억에 40%의 세율을 반영해서 산출된 6억원에 누진공제액 1억6000만원을 제외한 4억4000만원이 상속세로 부과된다.

개정안은 배우자 공제 5억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5억원 총 12억원이 공제된다. 공제액을 제외한 13억원에 40%의 세율을 반영한 5억2000만원에서 누진 공제액 1억7000만원을 제외한 3억5000만원이 상속세로 부과된다. 개정 전후의 세액 차이는 9000만원이다. 세액 차이는 자녀가 2명일 경우 2억7000만원, 3명이면 4억원까지 벌어진다.

그래픽=손민균

기재부는 상속세 개편 과정에서 공제 확대 방안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상속세 관련 공제가 실질적으로 일괄공제 5억원이 유지돼 왔다”면서 “그사이 물가는 2배가 올랐고, 다른 자산의 가격은 더 올랐다. 이를 감안해 일괄공제를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일괄공제보다는 자녀 공제가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가구의 출산·양육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상속세 개편의 핵심으로 거론되던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아직 검토할 사안이 많다’는 게 기재부의 공식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유산취득세 전환은 생각보다 검토할 부분이 많다”면서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번 상속세 과표·세율 조정으로 약 8만3000명이 감세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감세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과표 조정에 따른 수혜자가 8만3000명,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수혜자가 2400명(과표 조정 수혜 동반)이다. 세액으로는 과표 조정에 따른 감세 규모가 5000억원,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감세 규모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최대주주 할증 20% 폐지… 지방 이전 중견기업, ‘무제한’ 가업상속 공제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기업인들의 상속세 부담을 키우던 최대주주 할증 평가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할증 평가는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해당 지분의 평가액에 20%를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할증하는 것을 말한다. 최대주주가 100억원의 주식을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20%가 붙은 120억원 평가액의 50%인 60억원이 상속세로 부과된다. 실효세율로 따지면 법정 최고세율인 50%보다 10%포인트(p) 더 높은 60% 수준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최대주주 할증 평가 제도는 가업 승계 시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창업주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라도 2세가 물려 받으면 지분율이 40%로 줄어들고, 이를 3세가 물려받으면 16%까지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기로 했다”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속·증여 시점에 측정하기 어렵고, 일률적으로 20% 할증평가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0일 경북 포항시 블루밸리산단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에서 열린 제9차 지방시대위원회 회의 및 기회발전특구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중소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에 적용되던 가업상속·승계 제도도 개선된다. 특히 지방(기회발전특구)으로 이전한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 공제 혜택이 부쩍 늘어난다.

현행 상증법은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피상속인이 가업을 상속할 경우, 가업상속재산을 최대 600억원 한도로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다만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상속개시일로부터 5년간 업종·고용·자산 등 사후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사후관리의무를 위반할 경우 공제받은 상속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밸류업 ▲스케일업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 등 3개 요건에 대해선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중견기업은 3개 요건 중 하나에 충족할 경우 ‘매출액 5000만원 미만’이라는 기준에 관계없이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밸류업 우수기업의 기준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향후 5년간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액(배당금+자사주 소각액) 비율이 업종 평균의 120% 이상으로 제시했다. 스케일업 우수기업은 5년간 매출액 대비 투자액 또는 R&D 지출액 비중이 5% 이상 이면서 연평균 증가율이 5% 이상이거나, 매출액 대비 투자액 또는 R&D 지출액 비중이 3% 이상이면서 연평균 증가율이 10% 이상인 기업으로 기준을 제시했다. 5년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들 기업에 대해선 가업상속 공제한도가 2배로 확대된다. 기존 중소·중견기업(연매출 5000억원 미만)은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공제한도가 300억원(10년)→400억원(20년)→600억원(30년 이상) 부여되지만, 밸류업·스케일업 우수 기업은 가업상속 공제 한도가 600억원(10년)→800억원(20년)→1200억원(3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하거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내 기업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한 경우를 말한다. 이들 기업에 대해선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