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주환원을 늘린 상장기업의 법인세를 줄여주기로 했다.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금액이 5% 이상 증가하면 증가분의 5%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기업의 개인주주도 배당액 일부에 대해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시장 왜곡 논란이 일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시작도 하기 전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020년 국회가 세법을 개정하면서 금투세 도입을 추진한 지 4년 만이다. 국내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행 시기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유예됐다.

정부는 25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 밸류업 기업, 주주환원 증가액 5% 넘으면 세액공제

정부는 우선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공제 대상은 밸류업 자율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린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증가액 중 5% 초과분에 대해 5%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단 주주환원액 증가분 중 지배주주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제외한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 지분비율이 20%인 밸류업 기업 A사가 2022~2024년 평균 1조원을 주주에게 환원한 뒤, 2025년에 1조2000억원을 또 환원했다고 하자. 늘어난 A사의 주주환원액 2000억원에서 5% 증가분 50억원(1조원×5%)을 빼면 1500억원이다. 이 중 지배주주 지분비율을 뺀 1200억원(1500억×80%)이 공제대상 금액이다. 1200억원의 5%인 60억원이 법인세에서 공제된다.

그래픽=손민균

개인주주에게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현행법은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14% 원천세율을 적용한다.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다. 종합과세자는 최고 4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주주환원을 늘린 밸류업 기업의 개인주주에 대해서는 다음 연도에 받을 현금배당액 중 일부를 저율로 분리과세한다. 분리과세 금액에 대해 분리과세자는 9% 단일세율을, 종합과세자는 최고 25% 누진세율을 부과한다. 분리과세 금액을 뺀 나머지 배당금에만 종전 세율을 부과한다.

다만 두 혜택 모두 3년만 유지된다. 법인세 세액공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실시된 주주환원액에 대해, 개인주주 현금배당 분리과세는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지급받는 배당금에 적용된다.

정부는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 시 우리나라의 주주환원은 낮은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가 실적이나 경쟁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면서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경영자와 투자자 간 유인구조를 일치시킴으로써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유예

시장에서 논란이 있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할 당시 2023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행시기를 2025년으로 늦췄는데, 올해 1월 폐지가 공식화됐다. 이번 개편으로 전면 폐지된다. 국내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식 투자로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현행 양도소득세 체계가 적용된다.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을 가진 대주주에게 부과된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연간 기준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낸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유예된다. 정부는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남기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지방세 포함) 세율을 부과할 예정이었다. 당초 2022년 1월 시행하기로 했으나 2023년, 2025년 시행으로 두 차례나 유예됐다. 이번에도 유예되면서 법 적용 시기가 2027년으로 늦춰졌다.

가상자산 과세가 늦춰진 것은 이용자 보호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에 ▲이용자 예치금의 예치·신탁 의무 ▲이용자 가상자산과 동일종목·수량 실질 보유 의무 등을 부과한 바 있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한 후 과세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잘못 투자하거나 사기를 당했을 때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후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게 맞는다”면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이용자 보호)관련 제도가 갖춰진 후 세금을 부과하자는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 ISA 세제지원 확대… 국내투자형 투자계좌 신설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법 개정도 있었다. 먼저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ISA는 한 계좌로 주식과 펀드, 채권 등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절세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른바 ‘만능 통장’이라고 불린다.

그간 ISA 계좌를 이용해 국내 주식 등에 투자하면 1년에 최대 200만원(서민·농어민형 400만원)에 해당하는 배당·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됐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현행 배당소득세 14%보다 낮은 9%로 분리과세를 했다. 납입한도는 연 2000만원, 계좌 만기는 5년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앞으로는 비과세 한도가 연 500만원(서민·농어민형 1000만원), 납입한도는 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국내 상장주식과 주식형 펀드로 투자 대상이 한정된 ‘국내투자형 ISA’가 신설된다. 이 ISA 계좌는 비과세 한도가 1000만원(서민·농어민형 2000만원)으로 확대되며, 그간 가입이 제한됐던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도 가입 가능하다. 단 종합과세자는 비과세 혜택을 보지 못하고 14%로 분리과세 된다.

펀드(집합투자기구)이익은 포괄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혔다. 펀드이익에 국내상장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의 거래 또는 평가이익을 포함해 계산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국내 비상장주식과 해외주식, 외국펀드의 거래·평가이익만 펀드이익에 포함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