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국에 63개였던 출렁다리는 지난해 259개로 늘었다. 16년 만에 4배가 됐다. 전국 기초자치단체가 시(市) 75개, 군(郡) 82개, 구(區) 69개 등 226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지자체 한 곳당 평균 1.14개의 출렁다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한때 출렁다리는 관광객을 부르는 '킬러 콘텐츠'였다. 산과 계곡, 호수 위에 다리를 놓으면 사람들이 몰렸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고, 주변 식당과 카페를 찾았다. 지자체 입장에선 단기간에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손쉬운 카드였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전국 어디를 가도 출렁다리가 있다. 어느 지역에나 있는 시설은 더 이상 특별한 관광 자원이 되기 어렵다. 희소성이 사라진 시설에 관광객이 계속 몰릴 리 없다. '짓기만 하면 온다'는 공식은 이미 낡았다.
강원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가 단적인 사례다. 원주시는 2022년 길이 400m의 보행용 현수교 '울렁다리'를 열었다. 그해 방문객은 82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인 2024년 방문객은 16만명으로 줄었다. 개장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비슷한 결론을 냈다. '전국 출렁다리 현황 및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출렁다리의 집객 효과는 건립 직후 1년간 정점을 보이다 감소해 7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했다. 단기 이벤트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 관광 자원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출렁다리는 짓는 데도, 유지하는 데도 세금이 든다. 길이 515m의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에는 332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해마다 유지·보수·관리 비용으로 수억원이 들어간다.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시설이 몇 년짜리 '반짝 효과'에 그친다면,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출렁다리 광풍은 이제 전망대 경쟁으로 번졌다. 2023년 태안 안면도에 51m 높이 전망대가 들어섰다. 이듬해 홍성 남당항에는 65m 전망대가 세워졌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예산 예당호에 70m 전망대가 문을 열었다. 옆 동네보다 더 높게, 더 크게 지어야 한다는 식의 경쟁이다.
케이블카와 바닥 아래가 보이는 스카이웨이도 비슷하다. 한 지역에서 관광객이 몰리면 다른 지자체가 따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시설이 전국 곳곳에 생긴다. 처음엔 새롭지만, 곧 흔해진다. 결국 관광객은 줄고 유지비만 남는다.
이런 시설이 모두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산세와 호수, 해안 절벽 같은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진 시설은 지역 관광의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베끼기다. 지역마다 비슷한 다리, 비슷한 전망대, 비슷한 케이블카를 짓다 보면 정작 그 지역만의 매력은 가려진다.
관광객은 어디에나 있는 구조물을 보러 먼 길을 오지 않는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시장, 음식, 골목, 역사와 생활문화를 경험하러 온다. 지역 관광의 경쟁력은 높이와 길이가 아니라 고유성에서 나온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크게 늘고 있다. 2026년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6만명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더 주목할 점은 관광객의 발길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머물지 않고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산이 대표적이다. 2026년 1분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2만명을 넘었다. 최단기간 100만명 돌파다. 이들이 찾은 곳은 해운대와 광안리 같은 자연 관광지, 자갈치시장과 남포동 같은 오래된 명소였다. 새로 지은 대형 구조물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가 오래 품고 있던 매력이 관광객을 불러들인 것이다.
지방 관광이 가야 할 길은 여기에 있다. 남들이 지은 것을 더 크게 따라 하는 방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출렁다리와 전망대는 한때 사람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얼굴을 대신할 수는 없다. 관광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철골 구조물의 길이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경험한 시간이다.
다음 달 3일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로 선출된다. 지역 관광 활성화는 모든 단체장의 숙제다. 하지만 답은 더 긴 다리, 더 높은 전망대에 있지 않다. '옆 동네보다 더 높게, 더 길게'라는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고유의 매력을 찾아내고, 그것을 오래 가꾸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 시장과 골목을 살리고, 지역 음식과 역사, 자연 경관을 하나의 경험으로 엮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의 출발점이다. 그럴 때 지방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