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논리가 설득력을 얻은 건 증권거래세의 불합리 때문이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투자자가 손해 보고 팔아도 세금을 떼어간다. 여러 펀드에 투자해 전체적으로 손실을 봤어도 하나의 펀드에서 수익이 났다면 그 수익에 대한 세금을 또 떼어간다. 손실이 나도 걷는 거래세보다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금투세가 조세제도 기본원칙에 부합하다는 게 당시 정부 설명이었다.

즉 금투세는 불합리한 거래세를 ‘대체’하는 세제로 등장했다. 그런데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는 거래세와 금투세를 모두 마주해야 한다. 금투세가 등판하는 내년에도 거래세가 존재하는 탓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 하지만 폐지한 건 아니다. 코스피·코스닥 투자자 모두 올해는 0.18%, 내년에는 0.15%의 거래세를 주식 매도 시 내야 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중과세란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정부나 정치권이 이중과세 논란을 모를까. 그럴 리가, 더 잘 안다. 그런데도 금투세 도입 시점에 맞춰 거래세를 폐지하지 못하는 건 세수 공백 우려도 있지만, 무엇보다 농어민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다. 정부가 내년에 코스피 투자자로부터 걷는 거래세 0.15%는 사실 주식 투자와 무관한 농어촌특별세(농특세)다. 30년 전이던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가입으로 한국 농업이 전 세계에 개방됐다. 농가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농특세를 도입했다. 농특세는 농어촌 개발과 농·어업 경쟁력 강화 등에 쓰인다.

당초 농특세는 2004년까지 10년 한시로 시행됐으나 농어민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일몰이 다가올 때마다 제도를 연장하고 있다. 세수 감소를 원치 않는 정부도 농특세 연장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 평균 소득은 2012년 3103만원에서 2022년 4615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작년에도 농특세를 2034년 6월까지 10년 연장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금투세만 추가되고 거래세는 유지되는데, 심지어 자신이 내는 거래세는 자본시장과 전혀 무관한 농어촌 지원 세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거래세보다 합리적”이란 설명이 투자자 귀에 들어가기나 하겠는가.

최근 일본 중앙은행 금리 인상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중동 전운(戰雲) 고조 등의 대외 이슈가 우리 증시의 변동성을 확 키웠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금투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다시 격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거대 야당은 강행하겠다고 한다.

결론이 어떻게 날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적어도 금투세와 거래세 두 세목이 공존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금투세가 거래세의 대체 개념으로 등장한 게 맞고, 민주당이 자신들 뜻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할 거라면, 시행과 동시에 거래세는 폐지해야 일부 국민의 지지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